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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호시절>

_봄밤 2023. 5. 27. 23:06

시인의 말

 

어떻게들 지내시나요?

지난 주말 저는 차게 식힌 멸치다시다육수에 삶은 소면을 적셔 먹으며 <봄비>라는 시를 썼습니다. 고향에서 푸성귀를 가꾸며 사는 부모를 떠올리며 아렴풋이 잠이 들었는데, 감실감실 꿈이 참 길었습니다.

깨는 건 한순간.

누구에게나 좋은 시절이 있다고 믿으면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아양을 떨었습니다. 그런데도 부모에게는 좀처럼 곁을 주지 않았습니다. 부모는 개를 아끼고.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벌하며 살다가도 누군가 먼저 떠나면 크게 울고 만다는 사실이 이 시집에는 담겨 있습니다. 

잘들 쓸쓸하세요. 

 

2020년 여름, 빛

김현

 

 

 


긴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음, 별로를 빼고 말해도 참이다. 좋아하지 않는다. 김현의 시는 대부분이 길었다. 나는 두 쪽을 넘어가는 시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두꺼운 시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압축, 하고 또 압축 된 시. 그걸 푸는 게 좋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산문시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경량 패딩만치 적당히 폭폭한 걸 좋아하는 시인이로군, 생각했다. 강성은이 발문을 썼고, 넘겨넘겨 마지막에 들어 있는 시인의 말을 읽었다. "잘들 쓸쓸하세요."가 좋아서 전문을 옮겼다. 그건 아주 큰 일로 느껴졌고, 마땅히 느껴야 할 일로 생각되었는데 쌀쌀맞다고 생각했지만 다정하다고도 생각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올라가니, 어떻게들 지내시냐고 묻고 있다.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사소한 질문인데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며 좀처럼 주지 않는 안부와 들을 생각이 없는 질문의 말인데도, 마음에 남는 것은 역시 시인의 말이기 때문일까?

 

시인의 말은 아주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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