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내장젓갈 최정례 해삼은 이 집 주방이 두렵다. 칼이 무섭고 도마도 무섭다.건드리면 지레 겁먹고 얼른 뭔가를 내놓는다. 한줄뿐인 내장에 이상한 향을 품었다가 위험이 닥쳐오면 재빨리 내장을 쏟아놓는다. 창자만 가져가시고 몸은 살려달라는 최후의 협상 카드를 내미는 것인데, 인간 세상 협상 대신 내장빼앗고 해감 반으로 잘라 양식장에 던져놓는다. 나도 당신이 두렵다. 두려움과 그리움을 구별할 수가 없다.어젯밤 당신 내게 왜 그런 소포를 부쳐왔는가. 우편물이 왔다고 해서 문을 열었는데 거기 묶인 꾸러미 위에 희미하게당신 이름 적혀 있었다. 당신이 내게 뭘 보낼 리 없는데, 어떻게 내 주소는 알게 됐을까 풀어보려는 순간, 이름 희미해지며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건 대개 꿈 아니면 백일몽이다. 두려움과 그리움..
레바논 감정 최정례 수박은 가게에 쌓여서도 익지요 익다 못해 늙지요 검은 줄무늬에 갇혀 수박은 속은 타서 붉고 씨는 검고 말은 안 하지요 결국 못하지요 그걸 레바논 감정이라 할까 봐요 나귀가 수박을 싣고 갔어요 방울을 절렁이며 타클라마칸 사막 오아시스 백양나무 가로수 사이로 거긴 아직도 나귀가 교통수단이지요 시장엔 은반지 금반지 세공사들이 무언가 되고 싶어 엎드려 있지요 될 수 없는 무엇이 되고 싶어 그들은 거기서 나는 여기서 죽지요 그들은 거기서 살았고 나는 여기서 살았지요 살았던가요, 나? 사막에서? 레바논에서? 폭탄 구멍 뚤린 집들을 배경으로 베일 쓴 여자들이 지나가지요 퀭한 눈을 번득이며 오락가락 갈매기처럼 그게 바로 나였는지도 모르지요 내가 쓴 편지가 갈가리 찢겨져 답장 대신 돌아왔을 때 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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