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좋았다 - 김소연
정말 정말 좋았다 김소연 갑자기 우렁차게 노래를 불렀다 연료가 떨어진 낡은 자동차처럼 너는 다음 소절을 우렁차게 이어갔다 행군하듯 씩씩하게 걸었을 거다 같은 노래를 하면 같은 입모양을 갖는다 같은 시간에 같은 길에서 모퉁이를 돌면서 같은 말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 "와, 보름달이다!" 와 같은 모퉁이를 돌아도 꿈이 휘지 않는다는 착각을 나누어 가진다 땀을 뻘뻘 흘리는 눈사람에게 장갑을 끼워줄 수도 있다 장갑차에게 꽃을 꽂아주듯이 가로등이 소등된다 우리의 그림자가 사라진다 저 모퉁이만 돌면 우리, 유령이 되자 담벼락에 기댄 쓰레기봉투에서 도마뱀이 꽃을 물고 기어나오듯이 숨어 있는 것들만 믿기로 한다 병풍 뒤에 숨겨진 시신처럼 우리는 서로의 뒷모습이 된다 정말 정말 좋았다 , 2013 ----- 가장 좋은 ..
詩
2022. 6. 17. 11:36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TAG
- 이병률
- 배구
- 1월의 산책
- 일상
- 열린책들
- 대만
- 네모
- 김소연
- 이문재
- 차가운 사탕들
- 이준규
- 진은영
- 현대문학
- 정읍
- 서해문집
- 책리뷰
- 민구
- 뮤지컬
- 이영주
- 희지의 세계
- 지킬앤하이드
- 상견니
- 피터 판과 친구들
-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
- 한강
- 후마니타스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궁리
- 이장욱
- 문태준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