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주체 이현승 당신은 웃는다.당신은 종종 웃는 편인데웃음이 당신을 지나간다고 생각할 때기름종이처럼 얇게 떠오르는 것. 표정에서 감정으로 난 길은감정에서 표정으로 가는 길과 같겠지만당신이 화를 내거나깔깔깔 웃겨죽으려 할 때에도나는 당신이 외롭다. 도대체가 잠은 와야 하고입맛은 돌아야 한다.당신은 혼자 있고 싶다고 느끼면서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곳은 어디인가외롭다고 말하는 눈,너무 시끄럽다고 화를 내는 입술로당신은 말한다.그렇게 당신은 내가 보이지 않는다. 포기를 받아들이는 것만이삶을 지속하는 유일한 조건이 된다. 나는 웃음이 당신을 현상한다고 느낀다. 이현승, 『친애하는 사물들』, 문학동네. 2012. 이 시집은 무척 초록인데, 나는 이 초록이 좋다. 눈이 아프지 않은 초록이고, 싱그러..
늑대가 나타났다 이현승 대화가 없는 식사란 이런 것이군 침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늑대는 게걸스럽고 늑대는 거칠고 늑대는 무례하고 그러나 당신의 식사가 식탁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듯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 건 그 게걸스러움 때문이죠 늑대의 식서아 앞에서 가족들의 식사는 용맹하죠 악어의 입에 자신의 머리를 넣는 곡예사처럼요 겁에 질린 낙타처럼 밥통을 꺼내야 할지도 늑대는 늘 배가 고프고 그러니까 늑대는 늘 도망 중이고 결과적으로 늑대는 일과 휴식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요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식욕을 가지고 있지요 -중력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세요 식사 중 여행이거나 여행 중 식사이거나 여하튼, 굶주림 없이 늑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곤란해요 포만감으로 충만한 노래하는 늑대를 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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