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신영배
정오 신영배 계단 위에 화분화분 밑으로 물이 흘러내려계단이 한 칸 두 칸 세 칸 젖어 있다화분 옆에 소녀엉덩이 밑으로 그림자 흘러내려계단이 비스듬히한 칸 두 칸 세 칸 젖어 있다해가 머리 위로 움직인다계단 위 물 한 칸이 마른다계단 위 그림자 한 칸이 마른다바람이 사람처럼 지나간다다시 한 칸 물이 마른다다시 한 칸 그림자가 오그라든다뒤에서 문이 열렸다 닫힌다소리 없이 집이 열렸다 닫힌다마지막 한 칸 물이 마른다마지막 한 칸 소녀가 지워진다 신영배, 『기억이동장치』, 문학과지성사, 2015년, 11쪽. 어디서부터 반했게 '한 칸 두 칸 세 칸' 할 때부터.수직의 계단을 게걸음 치듯 옆으로 한 칸씩 길게 칠해 나갈 때부터.'엉덩이 밑으로' 흘러내리는 그림자를 그릴 때부터. 장면이 바랄 때까지.지하의 서점이었..
詩
2016. 4. 2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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