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어서 좋은 것
오랜만에 집에 갔다. 갈 곳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집에도 가고 싶었지만 고속버스를 타고 싶었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을 가는 버스는 즐거운 데가 있다. 너무 오래 타는 것은 아니고, 잠이 잘오고, 무엇보다 남에게 내 여정을 맡기고 마음껏 게을러도 된다는 게 좋다. 그 시간만은 달콤하게 자는 일이 얼마나 좋은지. 버스 안에서 풍경을 보는 일도 좋다. 충분히 잘 보이지만 가깝지 않은 풍경들. 보고는 있지만 내가 영향을 받거나 관여하지 않는 계절들. 머무르지 않고 비껴 나가는 순간을 좋아한다. 놓친 것은 버스 탓으로 돌리면 된다. 버스가 너무 빨라서 알 수 없었어. 하지만 알 수 없어서 좋은 게 있다. 아직 조금도 춥지 않아서 가을이 한가득이었다. 풍경을 보다가 졸다가 버스에서 내렸다. 오랫동안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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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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