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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향에 관해 말한다면, 나는 순결한 언어들을 좋아했다. 내가 순결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부합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혼신의 힘을 모둔 결단의 말들과 함께 오랫동안 신중하게 주저하는 말들을 좋아했다. 나는 비명과 탄성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이 배어나오는 말들이나 그것들을 힘주어 누르고 있는 말들을 좋아했다. 나는 말이 거칠다고 해서 비난하지 않았다. 한 정신이 비범한 평정 상태에 이르러 그 지경을 모방하여 얻어낸 유려한 말들에 나는 종종 귀를 기울였지만, 그보다는 그 상태를 증명해주는 다급한 말들의 진실을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장난치는 말들, 판을 깨는 말들도 좋아했다. 하던 일을 진중하게 계속하는 사람은 늘 찬양을 받아야 하지만 때로는 손에 쥔 것을 털어버리고 일어나 기약 없는 땅에 한 걸음 내딛는 것도 용기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땀내가 나는 말들을 가장 좋아했다. 그 말들은 어김없이 순결하다.
황현산, 『말과 시간의 깊이』. 책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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