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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에서 조금씩 더 잘하고 있다고 체감하는 것은 아마도 발차기뿐이다. 그 밖에 모든 것은 다시 배우기, 뒤로 갔다가 제자리고 돌아오는 격이다. 배웠던 것을 다시 배우느라고 혼란스럽다. 그래서 다른 것은 잘 안늘어 나는 것 같다. 오직 발차기 뿐이다.

 

나는 발차기를 정말 잘한다. 단거리 발차기라면 어디서도 뒤지지 않는다. 물 위에서 미끄러지듯이 나아갈 수 있다. 발등과 허벅지를 이용해서 물을 찬다. 물 바깥으로 발이 조금씩 나오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이 많이 튀기는 것은 좋지 않다. 소리만 요란한 격이랄까. 발을 물에 띄우는 것도 힘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킥판을 잡고가면 더할나위 없고 그동안 숨을 많이 길러서 킥판이 없더라도 25미터는 하나의 숨으로 갈 수 있다. 숨을 센다니 수영을 하면 그런걸 세게 되고, 물속에서 기다리는 방법도 익히게 된다.

 

발차기가 잘 된다면, 자유형을 잘하게 되지 않을까? 팔과 합쳐지면 시너지가 나야하는데 나는 더 느려진다. 자유형은 여전히 어렵다. 팔꺾기에 집중을 하고 더 이상 꺾이지 않을 때까지 팔을 가져와서 가장 멀리 뻗는 동안에도, 조금씩 가라앉으면서 힘이 든다. 조금씩 몰래 아령을 늘리는 수 밖에 없다. 

 

평영의 문제

머리가 더 깊이 물 속에 들어가야한다고 하신다. 그렇다면 물 속에서 너무 늦게 빠져나가게 되지 않나요,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더 느려지는 것은 아닌가요. 라는 말이 물 밖까지 나오지만 그걸 들으셨는지, 선생님은 머리가 물 속에 있어야 글라이딩을 해서 물을 끝까지 탈 수 있어요 라고 말씀하신다. 물을 다 탈때까지 기다려요, 기다려. 물 속에서 기다리세요. 나는 물 속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접영 발차기에서도 기다리는 일은 계속된다. 더 빠르게 나가기 위한 박자가 아니라 더 멀리 가기 위한 박자를 기다린다. 아직 머리가 다 나오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차. 그러면 멀리 못가. 머리가 수면에서 나올 때, 더 이상 몸이 가지 않을 때가 출수킥을 차는 타이밍이에요. 아, 그렇다고 출수킥에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마세요. 발차기는 가볍게, 투욱 툭. 입수킥은 강하게. 세게 차는 것보다 약하게 차는 것이 더 어렵고, 머리가 수면에 가까워져서 나올 때는, 물을 타는 것이 거의 끝나갈 무렵의 타이밍이고, 그러니까 물에서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고 더 가는 것도 아닌, 마침 끝나려는 중에 출수킥을 차기. 팔에는 큰 힘을 싣지 않고 가볍게 돌리는거에요. 그거 아세요? 물을 천천히 타고 나오면 팔에서 물이 후두둑 떨어지지 않아요. 조용히 떨어지지. 그런 물의 장력도 알게 되는 수영 수업.

 

시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수영의 세계

숨을 기르기. 숨 세기, 가슴으로 물을 누르기. 물을 기다리기. 물 속에서 기다리기. 물을 다 타고 나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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