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아웃된 공을 주워 왔으나 스로 인은 운동 잘하는 놈이 던지고 혼자 박수치며 아무도 보지 않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운동장을 달려나가는 마에다. 중에서 우리 존재 화이팅 희지는 누구인가. ‘미지’라고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그냥 시인의 오류로 태어난 이다. 희지는 저녁이 오면 '목양견 미주를 부르고/ 목양견 미주는 양들을 이끌고 목장으로 돌아간다' 「희지의 세계」 부분. 이 싱거운 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희지가 목장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그는 ①미주를 ‘부르고’ ②미주는 양들을 이끄는데 이때 희지는 미주와 닿지 않는다. 그를 끌거나 손잡지 않는다. 이들 사이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소리’다. 소리는 형체 없이 존재했다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영혼을 닮았다. 영혼은 나중에 온다. 진흙에 숨을 불어넣어..
풍속 황인찬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부자의 아내 창밖으로는 삶이 부서지지 않는 풍경이 펼쳐져 있고, 복도에 울려 펴지는 내아이의 이름이 있는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너의 사촌 형 일 년에 한 번, 머나먼 시골집에서 너를 만나고, 두 사람의 비밀은 죽을 때까지 어른들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뒷산의 돌무덤 아름다운 세계가자꾸 이곳에 있고, 항상 까닭 모를 분노에 시달리던 어린시절도 다 지나갔다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내가 되고 싶었던 것 하지 말아햐 할 것은 해서는 안 되는 것 눈을 뜨면 아침이 오고, 익숙한 한기가 발밑을 맴돈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지만 열지 않았다 황인찬, 『희지의 세계』, 민음사, 201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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