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포트-김경주
패스포트-김경주 산문집 당신과 나는 무릎이 닮아 있었습니다. 당신과 나는 새끼손가락이 둘 다 아주 길었습니다. 당신은 내 방에서 책을 보다가 고양이처럼 잠들었고 나는 당신의 방 안에서 창문을 열고 몰래 담배를 피운 적이 있습니다. 당신과 나는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던 날 동시에 서로 좋아하는 숫자를 물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발에 꼭 맞는 분홍색 구두를 샀고 점원이 무릎을 꿇고 구두를 신겨주면 금세 얼굴이 빨개지곤 했습니다. 당신은 일요일 아침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운동복 차림으로 슈퍼에 들어가 우유를 사들고 오는 모습을 내게 보여주고 싶어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내게 '이 세상에 없는 영화관의 주소'같은 시를 써달라고 했고 당신은 시골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문으로 내 옆모습을 훔쳐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소곤
2014. 1. 2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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