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바람이 날아간 하늘색
그는 천장을 보고 있었다. 그는 40대 남성으로 단정한 머리에 이마가 조금 훤하다 싶었고, 연갈색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배경은 바람이 날아간 하늘색. 테두리가 흰색으로 선명한 증명사진이 지하철 바닥에 떨어져 있다. 건너편에 앉자마자 보였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내가 탔을 때부터 내릴 때까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바닥에 얇게 누운 그의 인상착의를 빗눈으로 알아 보았다. 누가 밟을까봐 조마조마 하면서 지켜봤다. 당신은 그럴거면 네가 사진을 맡아두지 그랬어 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이 질문에서 나는 솔직해져야 한다.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열네 정거장을 오면서 해가 옅어지고 하늘이 무거워지는 것을 보면서 그가 날아가거나 뒤집어지는 일 없는지를 주의깊게 지켜보았..
풍경의 맛
2014. 7. 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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