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주는 여자, 에브리맨을 말하다
삶의 궁리에서도 알기 어려운 것들은 대개 시간이 만드는 고통과 관련있다. 그때가 돼봐야 진심으로 알 수 있으며, 지금은 조금도 상관 없다는 것처럼 짐작도 할 수가 없다. 예컨대 할머니가 KFC에서 닭 사는 방법 같은 것 말이다. 이 평범한 장면에서 나는 무척 고통스러웠다. 사실 장면은 아주 상투적인 구성이다. 애들이 좋아하는 닭을 사면서 미군부대의 젊은, 흑인 혼혈 군인을 만나야 했고, 소영(윤여정)이 그에게 말을 건네기 위해 장치처럼 마련된 에피소드였으니까. 이 짧은 사이, 쩔쩔매는 주문을 하는 할머니가 내가 되는 것을 보았다. 하프로 사야할지 점보로 사야할지, 요만한 아이랑 먹으려면 어떤 사이즈가 좋은지 모른다. 할머니가 된 나는 언젠가의, 여러명의 나와 함께 있다. 이 닭을 집에서 기다릴 어릴 적의..
서평/시와 소설
2016. 10. 1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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