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애하는 것을 거리두는 일에 대해 무엇이 되기 전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음가'로 수 놓는 시가 있다. 때문에 의미가 나중에야 오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사방에서 보고 되뇌인 후에야 쓰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끼는 것을 대할 때 간신히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안감힘이 있는지. 다행히 둘 수 있는 그 짧은 곳을 '거리'라고 하자. '거리' 두고 싶은 시. 이 의미를 안다는 듯 저자는 초엽에 「햇빛은 어딘가 통과하는 게 아름답다」를 놓았다. 햇빛을 길게 읽는다. 그것이 어딘가를 통과하는 '긴 장소'는 어떤 것일까. 햇빛의 혼잣말을 알아듣는다불투명한 분홍 창이내 손 일부이기 때문이다(중략)이토록 섬세한 공소(空所)의 햇빛이 키우고,분홍 스테인드글라스가 가꾸는,인동초 지문이 손가락뼈의 고딕을 ..
만복사저포기 송재학 이사씨(異史氏)*가 말한다. 모년 모월 송생은 만복사 스님과 주사위 판을 벌렸는데 노름이야 도깨비 살림이라지만 스님과 송생은 서로 종잣돈과 뒷돈을앞장세워 시비를 가렸는데, 과연 스님을 아슬하게이겨 목숨을 부지한 송 아무개는 그날 억지로 경을한 권 받아 유심히 살폈으니, 낡고 희미하지만 문장이 맑아 세상의 책이 아닌 듯했다 두근거리며 진동걸음으로 경을 숨겨 돌아온 서생, 수백 번 읽고 외우고 찢고 태우며 허공의 소리가 들린 후에야 고향 땅아무개산 츠렁바위 인근에 가묘를 썼으니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심란했더라 하 수상한 세월 지나 누군가 만복지보를 찾아 봉분을 파헤치니, 책은 먼지처럼 바스러져도 보물은 고스란히 있을지니, 파묘자는 먼저 황장목관에서 깨끗하면서도 무늬 없는 상자를 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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