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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으로 화려한 잡지로 편지봉투를 백개쯤 만들고 싶었다. 봉투만 만들고 싶었다. 예쁘지만 다 다른 색깔의 편지 봉투를. 그 안에 들어갈 편지는 글자가 아니다. 편지봉투를 접는 손길이다. 나는 잡지를 한 장씩 뜯어 금을 네 개에서 여덟 개, 아주 신중이 긋고, 그 선마다 손톱으로 두 번씩 줄을 다듬는다. 풀로 귀퉁이를 잘 붙이고 말린다. 봉투 여닫는 방법은 다 다르게 할 것이다. 하지만 백개쯤 만든다면 그 안에서 반복되는 몇 개의 패턴을 찾을 수도 있게 된다. 그 패턴은 온점이다. 그게 하나의 문장이라면 나는 몇개의 문장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셈이 된다. 편지봉투를 만들고 싶었는데 편지를 쓴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편지봉투를 만드는 일로 편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한 장의 편지봉투도 만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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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1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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