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위의 세계
본래 크기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커진 시금치는 본래 시금치의 맛을 절반 넘게 잃어버린 것 같았는데, 맛을 보자 이상했고, 시금치가 아닌 것 같았고, 자신을 부당하게 취급한 사람에게 복수를 하는 것 같았다. 엉터리 요리사가 만든 것 같은 국수는 확실히 엉터리 같았고, 보기에도 슬퍼 보였고, 맛 또한 슬퍼서 먹기 시작한 순간부터 슬퍼졌다. 누군가가 보고 있으면 밥맛이 떨어질 수도 있게, 거북한 마음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때처럼 우선 거북한 마음을 먹고, 잔뜩 불만이 고조된 얼굴로, 말 못할 사정으로 국수에 악의를 품은 사람처럼, 아니, 거의 국수에 악의를 품고, 마음을 독하게 먹고 독한 마음으로, 거의 처절하게, 젓가락으로 께적거리며 먹었는데, 그렇게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무척 궁상맞게 여겨졌다..
소곤
2015. 2. 2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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