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전복하는 자세, 아이러니하게도 '더' 보는 것- 덕후감
불필요한 계산을 하면 나는 인생의 어떤 때에 500여 시간을 일본 드라마를 보는데 썼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일드를 보았던 500여 시간은 정확하게 인생의 변곡점, 바닥을 칠 무렵과 겹친다. 본격적으로 시청했던 것은 직장에 처음 다니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취미’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싶어 ‘일본’이라든지 ‘작품성’이라는 수식을 데려왔지만 미사여구일 뿐이었다. 어떤 수식을 부여해도 '일'에 가려지는 '나'로서 겪는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저녁마다 보았던 일드는 총체적인 난국 속에서 개인이 입는 피로를 깊은 생각 없이 날려 주는 드링크였다. 언제적의 3S인가. 장려하지 않아도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 '감정'을 쉽게, 효과적으로 누그릴 줄 알았으니. 요새는 외국의 것을 데려와 보는 수고도 없다. 최근에는 을 ..
서평/인문 사회
2016. 3. 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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