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네, 모든 것들-김소연
가지 않네, 모든 것들* 김소연 지난한 종이들 너무 많아라정든 세상, 지루했던 스무 살들이여 잘 가거라 공터에 나와서 그대와 나어두운 그림자처럼 우두커니 서서식는 불꽃 바라보고 있다나무 막대로 한 번 뒤적일 때마다작은 불꽃들 위로 위로 솟는다그대 옛여인과 내 옛남자의 사진한데 섞여 재가 되고 있다수많은 한숨과 적절한 외로움의 나날들그대 일기장과 내 일기장몇 권의 노트로 요약되는 우리의, 그렇게무관했던 세월들한데 섞여 재 될 수 있으니뼈아프게 행복하여라 나는 석유 붓고 그대 성냥을 긋고저 지리한 편지들과시효 지난 약속들 다 타는 동안 부디 그대여저 번 곳으로 날아가보렴, 그대 여자가 살던그 동네로, 그대 외로운 수음의 날들이 견뎌낸그 옛집으로 날아가렴, 훠이훠이 그렇게그곳에 마음 두고 몸만 오렴저걸 봐, ..
詩
2014. 2. 2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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