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이근화 내가 뼈가 될게돼지의 말씀의 가로등의환한 뼈전투적인 머리카락의 검은 뼈 마네킹은 온몸이 뼈처럼 서 있군유리를 긁으며 소리 없이 웃는다오후의 마네킹은 모래언덕 같은데? 독자리 바구니 자전거에는 뼈가 없고밤으로 가는 열차에서는 뼈가 녹아 뼈가 될게 새벽에는참새의 부리가지렁이의 뼈를 부러뜨린다 새벽부터 밥을 먹으니내가 튼튼해지는 것 같아내 뼈를 공원으로 수영장으로 이동시켜줘 잉어들이 바닥에 수염을 꽂고지느러미를 떼어내며 욕하는 것 같은데?뼈의 굵기나 길이는 중요하지 않거든 시계가 뼈를 벌리며 하루를 완성해종소리가 귀에 뼈처럼 꽂혀내가 여기 서 있을게자라서 뼈가 될게 이근화, 『우리들의 진화』, 문학과지성사, 2009. 동짓날은 밤보다 팥죽을 먹던 놀이가 생각난다. 놀이는 끝났고, 동지는 계속 돌아온..
어떤 물음 윤희상 가끔 찾아가는 돈가스집 주인은지난해까지 서점 주인이었다그래서 책표지를 잘 싼다 내가 가방에서 두 권의 책을 꺼내돈가스집 주인에게책표지를 싸달라고 했다 한 권은 불료 법요집이고한 권은 기독교 성경 해설집이다 돈가스집 주인은책표지를 싸다가나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죽어서 어디로 갈라고 그러요?" 윤희상,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문학동네, 2014. 6. 이 시집을 왜 이제야 샀을까. 카페 꼼마는 이제 10%만 할인한다. 꼼마를 갈 이유도 없군! 10%할인이라면 그냥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것이 좋다.이 시집을 사고, 를 내려놨다. 고래는 언제 읽나.
까다로운 주체 이현승 당신은 웃는다.당신은 종종 웃는 편인데웃음이 당신을 지나간다고 생각할 때기름종이처럼 얇게 떠오르는 것. 표정에서 감정으로 난 길은감정에서 표정으로 가는 길과 같겠지만당신이 화를 내거나깔깔깔 웃겨죽으려 할 때에도나는 당신이 외롭다. 도대체가 잠은 와야 하고입맛은 돌아야 한다.당신은 혼자 있고 싶다고 느끼면서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곳은 어디인가외롭다고 말하는 눈,너무 시끄럽다고 화를 내는 입술로당신은 말한다.그렇게 당신은 내가 보이지 않는다. 포기를 받아들이는 것만이삶을 지속하는 유일한 조건이 된다. 나는 웃음이 당신을 현상한다고 느낀다. 이현승, 『친애하는 사물들』, 문학동네. 2012. 이 시집은 무척 초록인데, 나는 이 초록이 좋다. 눈이 아프지 않은 초록이고, 싱그러..
2박3일 김행숙 상상해봐.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중에서 사랑으로살 수 없는 것만! 오랫동안 상상만 한 겨울 바다야.사진처럼 물방울이 허공에서 얼어붙는 추운 날씨야. 그런데 걜 혼자 두고 온 게 맘에 걸려. 이곳은 좋은 곳. 우리는 쉽게 부서지는 파도 끝에서 장난을 친다. 물에 빠지고 싶지 않고, 풍덩 물에 빠지고 싶어.어느 쪽도 좋구나. 좋지 않니? 이곳에서는. 하얀 이빨처럼 보이는 게 좋다.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는 게 좋다. 이빨이 부서지는게 좋다. 히히,잡아먹을 테면 잡아먹어봐라. 도망칠 수 있는 게 좋다. 이곳엔 좋은 일뿐이구나. 나는 진짜 좋은 아빠같구나. 나는 진짜 좋은 엄마 같구나. 바다 한가운데 우리 집이 있다. 잠잘 때도 보트에 서 물 푸는 기분으로 반쯤 깨어 있어라. 무엇이 바다처럼 ..
나의 투우사-식사 기도 성동혁 누가 나의 투우사에게 소를 풀었나 붉은 헝겊을 걸치고 복사뼈를 땅에 묻고움직이지 않는 나의 투우사 사람들이 발등에 망치질을 한다저녁이 온다소가 온다! 나는 이를 악물고 식탁보를 뺀다저녁이 온다고소가 온다고! 저녁은 눈두덩 위로 떨어지는 유황가루인가아니면 무릎 위로 떨어지는 붉은 스프인가 궁창을 찌르는 철탑뿔이 관통한 그의 손바닥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검지를 관자놀이에 붙이고 투우사의 구멍 안으로 달려 간다 성동혁, 『6』, 민음사. 2014. 나는 이를 악물고 식탁보를 뺀다/ 저녁이 온다고/ 소가 온다고! 기억하기에. 근래 민음에서 황인찬 다음으로 만나는 반가운 젊은 시인 아닌가. 측백나무, 붉은 색, 투명, 눈, 러시아. 아팠던 일로 쓰여진 아름다운 시 앞에서 입을 다문다.
책과 선택 28 2014. 10. 15 이성복 시인의 책 세 권 출판 ... 그가 왜 열화당에서 책 내기를 원했을까. ... '평소 열화당 책을, 특히 존 버거의 책들을 즐겨 읽었고 또 그 만듦새를 좋아했는데, 자신의 책도 그렇게 만들어 보고 싶어서' ... 대략 그런 이유들이었다. -이성복은 詩다 그의 책 세 권을 만든 후의 단상. 중에서_조윤형 편집자 그래서 세 권이나 쏟아져나왔다. 열화당, 이성복의 목록을 가지게 될 줄이야. 2014. 9월 출간 존 버거의 책들_열화당 차례대로 2004, 2008, 2008. 출간 같은 시각, 존 버거의 다른 책들_동문선 2005. 8.9월 출간(한숨) (2005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열화당은 인터넷 서점에서 5%만 할인(알라딘 기준)을 한다. 위의 책들은 아주..
목련 성윤석 발자크 씨, 나도 당신처럼내가 글을 바친 여자 뒤에 숨어, 발자크 씨, 빚쟁이가 찾아오면뒷문으로 수십 년을 도망 다녔던 당신의 아찔한 그 뒷골목을나도 당신처럼 뛰쳐 달려 나갔는데 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하루 수십 잔의 커피를 마신 당신 하루 수십 잔의 술잔을 비워도 나는 당신처럼 일백 편의 장편소설을 쓸 수도 없고당신이 쓴 일백 편을 다 읽을 수도 없으니, 당신과 함께 달려 나가는 그 뒷골목에는 왜 그리 가계와 사랑의 난간들이 가파르게구름에 걸쳐져 있는지 무언가요? 봄날 골목 끝에서 맞닥뜨리던희디흰 그 치욕들 오히려 송이송이 꽃 피어한 오후를 더 살고 싶던 오후 성윤석, 『멍게』, 문학과지성사. 2014. 무언가요?
- Total
- Today
- Yesterday
- 뮤지컬
- 1월의 산책
- 배구
- 이병률
- 현대문학
- 궁리
- 이장욱
- 책리뷰
- 정읍
- 한강
- 네모
- 서해문집
- 일상
- 민구
- 이문재
- 차가운 사탕들
- 이준규
- 문태준
- 열린책들
- 피터 판과 친구들
- 희지의 세계
- 이영주
-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
- 대만
- 지킬앤하이드
- 김소연
- 후마니타스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상견니
- 진은영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