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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성윤석

_봄밤 2014. 10. 6. 21:28


목련




성윤석





발자크 씨, 나도 당신처럼

내가 글을 바친 여자 뒤에 숨어,


발자크 씨, 빚쟁이가 찾아오면

뒷문으로 수십 년을 도망 다녔던


당신의 아찔한 그 뒷골목을

나도 당신처럼 뛰쳐 달려 나갔는데


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하루 수십 잔의 커피를 마신 당신


하루 수십 잔의 술잔을 비워도


나는 당신처럼 일백 편의 장편소설을 쓸 수도 없고

당신이 쓴 일백 편을 다 읽을 수도 없으니,


당신과 함께 달려 나가는 그 뒷골목에는


왜 그리 가계와 사랑의 난간들이 가파르게

구름에 걸쳐져 있는지


무언가요?


봄날 골목 끝에서 맞닥뜨리던

희디흰 그 치욕들


오히려 송이송이 꽃 피어

한 오후를 더 살고 싶던 오후







성윤석, 『멍게』, 문학과지성사. 2014. 








무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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