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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성윤석
발자크 씨, 나도 당신처럼
내가 글을 바친 여자 뒤에 숨어,
발자크 씨, 빚쟁이가 찾아오면
뒷문으로 수십 년을 도망 다녔던
당신의 아찔한 그 뒷골목을
나도 당신처럼 뛰쳐 달려 나갔는데
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하루 수십 잔의 커피를 마신 당신
하루 수십 잔의 술잔을 비워도
나는 당신처럼 일백 편의 장편소설을 쓸 수도 없고
당신이 쓴 일백 편을 다 읽을 수도 없으니,
당신과 함께 달려 나가는 그 뒷골목에는
왜 그리 가계와 사랑의 난간들이 가파르게
구름에 걸쳐져 있는지
무언가요?
봄날 골목 끝에서 맞닥뜨리던
희디흰 그 치욕들
오히려 송이송이 꽃 피어
한 오후를 더 살고 싶던 오후
성윤석, 『멍게』, 문학과지성사. 2014.
무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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