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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을 내보였으나-성윤석

_봄밤 2014. 10. 5. 21:58





손바닥을 내보였으나





성윤석





 새로 이사할 때마다 밑이 꺼지고 천장이 뚫렸으니,

 언제나 집 걱정은 안 하지 않았나. 짐도 작아져

 어느 해엔 큰 가방 하나 들고 이사 가지 않았나.


 사람이 가버린 어느 해의 눈물도 어느새 많이 갖

다 버렸으니,

 적어도 남들보다는 봄꽃들과 가을 바다 저녁노을

 강가의 안개 같은 것들을 더 많이, 더 오래 갖고

놀지 

 않았나.


 바닥이란 딛고 일어서는 곳만은 아니질 않나. 바

닥의

 바닥 손바닥을 내보였으나,


 어느 여름밤엔 담 넘어 집에 가는 그녀의 희디흰

운동화를

 받쳐주기도 하였다네.








성윤석, 『멍게』,문학과지성사, 2014. 







아주 좋지는 않지만 아주, 좋지요?




첫 번째로 실려 있는 시로,

넘길수록 더 좋습니다.  


헤헤. 요런거










게 한 마리

어쩌다가 공판장 나무 상자 톱밥 속에 묻혀 있다.

갑갑해서 기어 나온 게 한 마리

어쩌다가 새벽 시장 중앙대로 한복판에 섰다.

양쪽 집게발을 높이 치켜들고

집게발을 양옆으로 넓게 벌리고

게 한 마리가 어떻게 세계를 압도할 수 있는가를

게거품을 물고 몸소 묻고 계신다.

눈알까지 부라리며, 최대한 벌리고 벌려


이만한 세상, 아아 요만한 세상 하면서










바닷사람, 뱃놈, 물 결. 출렁이는 얼굴. 한동안 이 책으로 나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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