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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둘을 제외하고 최애 캐릭터를 꼽아본다. 쓰기 전부터 눈물 줄줄. 

 

이나리자키 고교 키타 신스케

 

 새삼스럽지만 짚어본다. '배구 선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소수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프로배구의 남녀 각 팀이 10개도 안되고, 코드에 서는 사람은 6명 뿐이니 그야말로 소중의 소수이다. 한 선수가 시즌을 뛰는 것이 곧 그 시기 배구의 역사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구 뿐만이 아니라 모든 운동이 그렇다. 프로에서 뛰는 모든 이는 특별한 사람이다. 정말 굉장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이큐>에서 눈이 시린 지점은 앞으로도 배구를 하게 될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보여주는 점이다. 이야기의 재미는 성장이다. 성장서사에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재능이다. 만화니까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나! 괴물같은 운동 신경, 지치지 않는 끈기, 어떻게든 이기고자 하는 의욕까지. 저마다 다른 능력치를 주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캐릭터를 그리는 것은 차라리 쉽다.

 

매일 매일 연습, 정리, 청소, 컨디션 관리

그러나 이 재능속에서 평범한 능력으로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캐릭터가 가능할까? 키타 신스케가 바로 그렇다. 키타 신스케는 주전이 아니나 팀의 주장이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팀에서 키가 될 수 있는 실력은 아닌데도 중심을 잡는 역할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는 매일 매일 정성을 다해 배구를 한다. 연습, 정리, 청소, 컨디션 관리까지. 그는 매우 엄정하다. 인과는 매일 하는 연습에서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전의 리뷰에서 나는 청소년을 위한 자기계발서의 하나로 하이큐를 뽑았는데, 키타 신스케는 그 대표적인 표본이다. 신스케를 주장으로 발탁한 감독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신스케의 실력은 '그럭저럭 잘하는 편'

신체적이나 기술적으로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연습 때 할 수 있는 건 본 경기에서도 반드시 해낸다. 

놀라지 않는 것이 신스케에 대한 가장 큰 찬사다.

갈채 따위 필요 없어. 제대로 하니까."

 

일반인과 접근방식부터 다른 천재들의 노력을 안다는 것

그는 같은 팀의 눈부신 재능, 아츠무의 천재적인 배구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작아지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었을까. 배구는 팀 경기이고, 그들이 좀 더 잘 뛸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한 연습을 실전에서도 똑같이 보여준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한다.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선언이 어디있을까.

 

신스케의 이런 태도는 그가 다른 분야에서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보여준다. 신스케는 배구를 잘하는 이들 앞에서 이유없이 주눅들지 않는다. 그는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반인과 접근방식부터 다른 천재들의 노력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열심히 뛸 수 있는’ 것도 재능의 하나고

그런 녀석들을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어.

‘천재’란 말이 딱히 욕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 녀석들이 ’처음부터 원래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승부를 할 필요도 질 게 뻔한 데다, 또한 실례라고 생각해.

 

네가 혼자 있을 때에도, 신은 너를 보고 있단다

신스케의 매일매일, 정성스럽게, 작은 일을 하는 습관이 할머니에게서 왔다는 점도 재미있고 의미있다. '마루를 닦는 것도 정성을 들여 하렴. 네가 혼자 있을 때에도 신은 너를 보고 있으니까.' 네가 마음을 다하는지 아닌지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전언을 어린 날의 신스케는 알아 들었을까?

 

할머니를 따라 열심히 했을 어린 아이였을텐데 이 어려운 말을 삶에 고스란히 받아들여 자란다. 할머니가 신을 불러왔지만, 다 자란 우리는 알고 있다. 사실은 나 스스로부터 최선이 무엇인지 스스로 너무나 깨닫게 되는 바로 그 지점을 말이다. 거기서 부끄러워지지 말라고. 혹은 그것을 모른체 하지 말고 부끄러워하라는 할머니의 말씀을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체화했다. 그러니까 신스케는 자신에게 떳떳한, 부끄럽지 않은 배구를 하는 것 뿐이다.

 

자신을 '만들 수'는 있었지만 '넘어설 수'는 없었던 캐릭터의 눈물

과정을 잘 나가면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그는 결코 허황된 결과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떤 희망에 설레거나, 기대하는 일은 잘 없다. 그에게는 당연한 결과이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이 일들이 마땅히 데려올 일이니까. 그런 그가 시합에서 지고 이유를 모르고 운다. 자신의 할일을 다 했음에도 터져나오는 울음에 당황스럽다. 자신을 '만들 수'는 있었지만 '넘어설 수'는 없음에서 나오는 감정. 영문을 모르고 울었지만 그의 마음과 몸은 그 분함을 알았던 것이다. 이게 참 아름다워서, 하이큐 최애 캐릭터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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