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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봄밤 2024. 11. 18. 16:41

그는 한때 내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다. 그와 한 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한 달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아니라 다른 이와 한 조가 되었더라도 잘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곳에 있는 대다수는 베테랑이었으니까. 대부분 베테랑 대 베테랑이 한 조가 되었지만, 나처럼 왕초보를 만나 가르치는 것도 괜찮았을리라 생각한다. 그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한 조였더라면 이 한 달을 쉽게 넘어갔을 것이다. 운동을 가르치기도 전에 모두 알고 있으니까. 그곳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척척 넘어갔고, 울퉁불퉁하게 넘어간 조는 내가 있던 조를 비롯해 몇 개 되지 않았다.

 

한 조라는 것을 해보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나는 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아는 것이 없는 사람과 한 조를 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에 한 번씩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체로 운동 이야기였는데 그게 깊을 수는 없었다. 운동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저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그냥 취미가 많은 사람이었다. 취미가 많아서 이렇게 주말에도 헬스장에 나와서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더듬더듬 배우는 사람이었다... 그는 현재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했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 가르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묘사했다. 그리고 예의가 발랐다.

 

갑자기 너무 가깝게 만난 사람들이 편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고, 그날의 날씨나, 운동을 선 보이는 사람들의 유연함이나, 자세나 티칭의 옳음의 여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는 것 정도였는데, 그것을 알게 되자 나눌 이야기는 더욱 적어졌다. 아주 동 떨어진 업이었기 때문이다.

 

실습이 끝나던 날,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주었다. 그건 너무 작아서 작은 선물이라는 명사가 있다면 마땅히 그 그 단어를 설명하는 구체적인 선물 목록으로 올라갈 수도 있을 정도였다.

 

지독했던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기 전날, 그는 자신이 누군인지 밝히며 혹시 자신을 기억하느냐고 문자했다. 물론이지. 작년 여름도 아니고 올 여름에 심지어 도움을 주었던 사람을 벌써 까먹었을리가. 그는 혹시 책을 추천받을 수있느냐고 물었다. 뜬금 없었지만 진지하게 도움이 될만한 도서를 몇 가지 추려 주었다. 추천한 문자가 너무 길어져서 놀랐다. 그는 그것을 꼭 읽어보겠으며, 후기도 남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아도 된다. 뭔가를 읽는다면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내가 잘 지내는지를 궁금해했다. 구체적으로 잘 지냄을 궁금해 하기에는 서로 아는 것이 너무나 없었으므로 대화가 안타까웠다. 그러다가 끝에, 혹시 자신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이 왔다. 그가 도울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나는 지금하고 있는 수영 외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운동은 스스로 해봐야만 알 수가 있고, 안되는 것을 물어본다고 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에게 물어보기 전에 내가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그는 소설과 인문학 책을 추천받고 싶어했다. 지금까지 재미있게 읽었던 도서를 몇 권 이야기 해주면 더 좋은 추천을 할 수 있었을텐데 범용적으로 추천할 수 밖에 없었다. 혹시 읽게 된다면 재미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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