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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멧
언멧을 야금야금 보고 있다. 야금야금이라기에 너무 느릿느릿 보고 있지만. 언멧은 뇌의사와 환자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기억이 리셋되는 뇌질환을 앓고 있다. 정확히 나이가 나오지는 않지만 예를 들어 28살 까지의 기억은 있으나 그 이후의 기억이 없다. 그래서 아침마다 자신이 적어놓은 데이터를 모두 읽고 출근한다(두껍지만 충분히 두껍지는 않은 듯 하다) 매일 새로운 기억을 단숨에 익히고 내일이면 잊을 기억을 간신히 붙들고 있는 셈. 의사였지만 간호보조 업무를 하고 있고, 그런대로 평화로운 것 같다.
그러나 새로운 뇌 의사가 들어오면서 그의 인생을 흔들기 시작한다. 수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 해야한다는 것이다.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하루치만 기억하지만 누구보다 꼼꼼하게 기술해서 그 기억을 연장하고 있으니 의사로서 다시 일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말리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하루치 기억이 매일 리셋되는 의사를 의사라고 할 수 있을까? 환자가 너무 위험해지는 것은 아닐까?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해서 주인공은 비교적 단순한 업무 위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인공 스스로가 내가 아직 의사일까? 혹은 의사 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매일 한다(매일 잊고)
축구선수인 A. 뇌를 다쳐 왼쪽을 지각하지 못하는 휴유증이 온 A의 사례에서서 A는 적극적인 재활을 통해 일상생활은 가능해졌지만 늘 선수와 공의 위치를 매순간 판단하는 축구선수로의 재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재활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의사의 입장(보통)이 나온다. 그러나 재활을 하고 싶다면, 끝까지 해볼 수 있도록 돕는 입장이고 싶은 의사(주인공)가 있다. 재활에서 마주하는 끊임없는 실패까지도 A의 인생이라는 것이다. 누가 A의 인생을 제한할 수 있을까? 그러나 무엇이 A에게 좋은, 옳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있도록 하는 제안일까?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 대체로 휴유증, 즉 재활과 시간에 관련한 이야기라서 직접적인 죽음과 연관되어 있지 않고, 그보다는 사회적인 죽음에 더 맞닿아 있다. 사회적인 죽음(지금까지 하던 것을 하지 못하게 됨)의 상황에 마주하게 되었을 때 환자 본인과 주변인은 어떤 선택으로 나아가야 할까? 의사의 판단과 권유는 환자의 삶을 어떻게 제안하고 제한할까? 그리고 다시, 우리 주인공의 가용 기억이 하루, 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기억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인간의 진짜 능력임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주인공이 홀가분해 보이기도 한다. 하루 치의 기억이라니. 그마져도 매일 잊게 되다니. 매일매일 소중하게 살아가지만,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는 형벌. 그러나 주인공이 했던 말과 행동이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는 영향을 주는 미스테리를 보면, 인간이란 뭘까... 삶이란 도대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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