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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맛

나주를 놔줘라

_봄밤 2014. 8. 25. 00:39


녹조는 이런것이다! _영산강 (담양에서 광주사이)




그들은 맛고을 '광주'에서 왜 <샤브향>에 들어갔는가. 김밥**, @@돈까스, 중에서 과연 최선이었나. 허기가 그토록 무서운 것인가? 아무데나 들어가도록? 광주_샤브샤브 사건에 대해 이야기가 필요하지만 다 치우고 간추리면 '미안해서'다. 한 줄로 지나가긴 그러니 몇 줄로 풀어보겠다. 기억이 맞다면, 중복이나 말복이었을텐데. 설렁설렁 걸어간 동네의 삼계탕은 무척이나 땀이 났고, 빌어먹을 땀이 멈추지 않았다. 에어컨은 시원했으나, 그것이 볼품없었던 것이다. 날개를 추리고 가슴살을 끄집어 내기에 미안할 지경인 손바닥만한 닭(?)을 한 솥씩 앞에 두고 우리는 말이 없었나. 열심히 먹으려고 했던가. 수그려 먹는 머리가 왜 그렇게 까맸는가, 알 수 없었다. 그래놓고 그날 저녁 친구와 샤브샤브집을 갔는데.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나왔고 삼계탕, 그 모자라던 국물이 지글지글 끌어오르는 냄비 앞에서 선했다. 이참에 먹자고 갔지만 순전히 내 미안함을 갚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다시 한번 미안하다. 그러나 3시까지는 자전거를 타지 못하기 때문에 쉴 곳도 필요했고, 넓고 넓은 곳에 가서 시원하게 있다 오자는 생각이었다. 이 샤브샤브의 '오류'는 대전에서 먹으나 전국 어디에서나 똑같을 맛을 '광주'에서 먹었다는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하건데 아무리 외곽 동떨어진 곳이었대도 무슨 이름없는 백반집에 들어가는게 좋았을 것이다. 


후회 없을 줄 알았던 밥을 먹고 나왔다. 여행 사진을 살펴보니 영산강 물 문화관(아이고 의미없다)을 지나서 무슨 다리를 건넜는데 그런건 잘 기억나지 않고 나주까지 약 10분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대교 건너 반대 방향으로 가려고 했던것만 떠오른다. 다섯시가 채 안되었고,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한 사람이 본 지도만을 믿었던 탓이다. 석이의 말에 따르면 원래 나주를 가는 방향으로 가면 역이 나오고 대교를 건너서 가면 시청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역으로 갈 것인가 시청으로 갈 것인가 한참 논쟁을 벌였고, 나는 조금 더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 나주역을, 석이는 시청이 가까우니까 그리로 가자는 얘기를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역이나 시청이나 거기서 거기다. (3km차이) 하여간, 시청에 가자는 석이의 의견에 따라 우리는 대교를 건너가기로 했다. 대교 위에 올라 우리가 지나온 길을 보며, 먼 곳에 내리는 비를 보고 있었다. 잠시 초코바를 먹는 사이, 깨달았던 것이다! 우리는 후회의 대교를 건널 뻔 했다는 것을. 바보 같게도 다리위에 올라가 보니 아래에선 보이지 않던 표지판이 확실하게 보였다. 흰색 화살표는 너무나도 단호하게 우리가 가려는 곳의 반대편에 나주를 가리키고 있었다. 초코바는 가방안에서 다 녹아 거의 즙이 되었고 그걸 씹어먹어야 할지 빨아먹어야 할지 난감한 사이를 두고. 우리는 서로를 한참 놀렸다. 저녁이 가까워서 가을 바람이 시원했다.


나주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드디어 도착했구나. 나주에 도착하니, 나주역부터 세워진지 얼마 안되보이는 무인텔이 반기기 시작했고 관공서 건물이 드문드문 보였다. 그러나 그런것을 제외하면 허허벌판. 롯데마트가 시야에 걸렸지만 그것 참 이상한 위치에 있도다. 주변에 아파트는 많이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일반 주택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집이 별로 없었다...도로는 무척 넓어서, 자전거 도로도 넓어서 유유자적 페달을 굴릴 수 있었다. 우리는 찜질방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일단 잘 곳을 확인하고 저녁을 먹자는 의견이었다. 보나마나 한, 헷갈리는 지도를 보면서, 또 다른 주민분들께 길을 여쭈면서(그러나 모두 외지에서 온 분들에게 길을 물었다) 나무늘보처럼 역 주변을 벗어나고 있었다.  


나주에 들어온지 거의 사십분이 다 되어서 찜질방을 찾았다. 그렇게 먼거리는 아니었는데(15분) 이상할 정도로 찾지 못했다. 화남과 기쁨이 뒤섞여 밥을 먹으려 나서는데, 난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우리는 평범한 곰탕을 먹고 싶었다. 편의점 알바님께 여쭤보니 이 길로 나가서 사거리를 만나면 왼쪽으로 꺾고, 길 따라 쭉 가면 나온다는 곰탕거리는 하루종일 나오지 않았다. 맛집이 있나요? 라는 물음에 '하얀집'도 있다 라는 수줍은 말, 이 어마어마한 정보를 그때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하얀집은 나주의 유명한 맛집이다) 


우리는 길따라 왔으나 식당 같이 보이는 집을 별로 찾지 못했다. 눈에 제일 많이 들어오는 것은 한우식당. 두 번째는 돼지고기나 부속품을 활용한 식당. 그리고 세 번째는 다 쓰러져가며 애호박찌개 같은 것을 메뉴로 내세운 식당이었다....우리는 길이 갈라지는 곳마다 서서 손바닥에 튀기는 침의 심정으로 식당을 찾으려 애썼다. 그러나 번번히 실패, 실패의 끝에서 석이는 '람바다'라는 곳에 가자고 했다. 무슨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깔끔한 분식집이었다. 그건 안된다! 낮의 광주에서 샤브샤브의 실패를 만회하고 싶었다. 꼭 나주스러운 가게를 찾으리라. 그래서 나주맛을 보는거다. 녹초가 된 순간 극적인 타협으로 마침내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름은 가리기로 하자. 우렁쌈밥을 하는 집이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나의 오류는, 내가 먹어봤던 우렁쌈밥 이미지를 난생 처음 도착한 도시 '나주'에서 떠올렸다는데 있다. 대전에서 먹었던 우렁쌈밥은, 우렁이 들어간 쌈장과 갖가지 밑반찬, 그리고 채소들이 한 상 차려나오고 된장찌개도 보글보글해서 같이 쌈싸먹는 메뉴였다. 호박씨도 들어가고 양념이 잘 된 그 쌈장은 그냥 밥비벼 먹어도 손색없는, 그런 맛이다. 그런것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조금 비슷한 모양을 생각하며 허름한 미닫이 알류미늄 문을 열었다. 조금 어두운 실내, 아니 겨우 어둠에 탈출한 정도의 밝기. 기름통을 기둥삼아 둥근 원판을 엎어놓은 식탁, 주 메뉴는 삼겹살이었다. 작은 가게 였고 한 팀은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었다. 우렁쌈밥 2인분을 주문했다가 하나를 애호박 찌개로 바꿔달라고 했다. 그러자 가게 아주머니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면서 그건 안됩니다. 내 선택을 안타깝게 여겨주셨다. 우렁쌈밥 2인분, 주문이 주방에 들어갔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밑반찬 다섯개가 나왔다. 모두 손대고 싶지 않은 색을 갖고 있었고, 우렁쌈장?은 식탁 가운데 1인용 뚝배기에 나왔다. 우렁들이 가장자리를 채우고 있었으나 그 순간 알았다. 저것을 치우면 안에는 우렁이 없을 것이란걸. 된장과 양파와 우렁을 섞어서 채소에 싸먹었다.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우렁이 별로 없고, 양파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제외하면. 된장찌개는 없고 시레기가 들어간 멀건 국이 나왔다. 열심히 떠먹으며 쌈을 싸먹던 차였다.


거나하게 술이 들어가신 다른 테이블의 아저씨는 별안간 '우렁'에 대해 말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가게 한가운데 앉아 있었고, 우렁도 마찬가지로 우리 둥근 식탁의 한가운데에 고고했다. 가에 앉으신 아저씨는 우렁이 얼마나 더러운 곳에서 자라는지에 대한 폭로부터 시작하셨다! 우렁이 두 세개씩 입을 넘어가려던 참이었다. 우렁이 얼매나 드러운 물에서 크는지 아나? 조금 당황한 같은 테이블의 다른 아저씨는 우렁은 원래 더러운 곳(!!)에서 자라는 거라며 말씀을 낮추시려고 했다. 나와 계신 아주머니도 앞치마에 넣었던 손을 빼 팔짱을 끼며 당황 하시던 참이었다. 무어라 말은 하지 못했지만 한 마디만 더 해봐라, 라는 포즈였고 다른 테이블의 그 아저씨들은 알고보니 형제지간이셨다. (우렁의 더러움을 처음 말씀하신 분이 형님이다) 


우렁 이야기는 소주잔이 꺽이면서 점점 더 가관이 되었다. 내는 우렁 가게에서 안먹는다. 한 곳에서도 먹지 않는다. 하시며 급기야 우렁을 직접 잡아다가 먹는다며 선언하셨다. 가게에 공급되는 우렁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황한 아주머니는 볼멘 소리로 우리가게는 모두 양식이라, 라며 발뺌하셨다. 그러자 뒤따르는 펀치, 요새 자연산이 어딨노, 하며 우렁우렁 싸우시는데 아저씨, 화제를 옮겨 내 언제 잡아다 준다. 우렁쌈밥하는 가게 주인에게 우렁공급을 선언하신 것이다. 그러자 그러라, 라는 말씀으로 주인 내외는 심드렁하게 애니팡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게 한 가운데, 땀에 절은 머리, 옆 좌석에 벗어놓은 헬맷, 팔다리 그을린 외지인 둘이 우렁을 먹던 저녁이었다. 여느 때였으면 어디서 왔나 어디로 가나 얼마나 탔나,말들이 오갔을테지만 표정이 어두운 그들에게 가게 안의 누구도 한 마디로 말을 붙이지 않았다. 그것은 우렁을 담담히 먹고 있는 우리 서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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