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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바다 근처의 숙소였으면 했다. 바다 바로 근처에 숙소는 많았지만 혼자 가기에 적당한 가격은 잘 보이지 않았다. 10만원? 안되죠. 가격은 계속 내려가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방을 쓰는데 싸지도 않군... 1인 여행자를 위한 제주의 모텔들을 알아봤다. 하지만 원하는 동네가 아니고. 그러다가 펜션에 이르게 된다. 펜션... 바다에서 10분 거리. 주변이 한적하고 리뷰가 좋다. 4.89? 거의 만점 아닌가. 1박에 5만 원 정도. 당장 예약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지만 그렇게 멀어보이지도 않는다.
펜션은 오래되었고 제법 규모가 있었다. 제주도의 찌는 더위와 쏟아붓는 듯한 비를 다 맞고, 이글거리면서 올라오는 녹음 사이로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사장님은 매우 친절하셨지만 응답이 빠르지 않았는데 이것을 친절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조금 고민스럽다. 입실 당일 문의한 내용이 5시간 만에 왔다. 도착했을 때 1층 데스크 혹은 카페 혹은 짐 맡기는 곳이 부재중이었는데, 그곳을 열고 들어가 그냥 짐을 놓고 나가면 된다고 하셨다. 나가면, 된다고? 여기에 그냥? 그래 내 가방에는 가져갈 것도 없으니까... 요새는 무인 운영도 많다잖다. 그렇게 1층은 2박 3일 내내 부재했다. 다른 일이 있으시겠지. 도착해서 부재중 팻말을 보고 전화를 걸자 3층인가 4층에서 내려오셨다.
안내 받은 방은 매우 깔끔했다. 역시 4.89점! 일반 원룸같은 형태였다. 좋다. 청소 상태가 훌륭했고, 넓었다. 베란다도 있고 흡족했다. 문제는 냄새였다. 그 전 이용자가 담배를 핀 것 같았다... 사장님과 함께 문을 열었으니 나와 사장님이 그 냄새를 함께 맡았으나, 우리는 냄새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사장님이 돌아간 후 생각했다. 냄새가 이상하다. 그러나 이 펜션의 마지막 방을 예약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냄새를 문제제기 한다면 어떻게 될까? 잘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또 모르지. 나만 담배냄새 같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펜션 입구에는 하루종일 모기향이 타고 있었다. 건물 전체적으로 퀘퀘한 냄새가 났기 때문에 이 방 문만의 문제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오늘 도착한 여행자. 바다에서 놀고 싶은 여행자.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환기를 하면 좀 나아지겠지.
나아지지 않았다. 머무는 동안 냄새 때문에 괴로웠다. 예민한거 아니야? 냄새가 날 수도 있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보려고 했다. 모기향 냄샌가 보다... 하지만 아니었고, 목이 아팠고, 기분이 좋지 않았고, 환기를 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좋았던 후기 속에 냄새에 대한 항목을 떠올려보았다. 지나가듯 있었던 것 같고, 그러나 이 가격에 모두 상쇄되는 미세한 문제였던 것 같다. 우선 씻기로 하자.
샤워하는 곳의 물이 내려가지 않았다. 물이 이 정도로 내려가지 않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약 3cm정도의 단차가 있었는데 그 단차를 거의 채울만큼 물이 찼다. 당황스러웠지만 세면대 물은 또 잘 내려갔다. 세수를 하고 어쩌고 하니 샤워 부스 물이 어쨌든 내려가 있었다. 사장님에게 말을 할까 말까하다가 결국 하지 않았다. 물이 안내려 가나요~? 아니요 내려가기는 해요. 그런데 엄청 느리게 내려가요. 원래~ 그래요~! 정도의 대답이 돌아올 것 같았다... 당장에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고, 그런 식으로 내 이전의 사용자가 그랬을지 모르고 또 그 이전의 사용자가 귀찮아서 말을 안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정도의 청소 상태라면 사장님이 알 수 밖에 없지 않나? 이렇게 욕실이 물기 하나 없이 반짝 반짝한데. 물이 안내려가기는 하지만 넘치는 것은(?) 아니니까 하며 불편한대로 씻고 펜션의 좋은 점들을 찾아보았다. 우선 욕실은 물이 잘 안내려간다는 것을 빼고는 좋았다. 깨끗했고, 창문이 있어서 환기도 잘 되었다.
7시가 조금 넘어 일몰이 시작되고, 30분이 되자 주위는 말할 수 없이 어두워졌다. 바다가 아름다웠던 것도 잠시, 어두워지면 녹음이 무섭다. 밤보다 더 어두운 나무들이 펜션 가는 길 곳곳에 있었고, 8시도 안되어 도착한 숙소에서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자자. 자야하는데 우리 방에서 누군가 씻는 것 같다! 옆 방과 윗 방의 물내려 가는 소리가 세차고 거셌다. 나는 어째서 물 내려가는 소리에 대한 언급이 4.89라는 별점에서 빠졌는지 생각해보았다. 물은 내려간다. 지나간다. 그렇다고 물이 항시 늘 내려가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물이 내려가는 소리, 그것은 이 펜션의 설비, 펜션 그 자체가 아닌가!? 물 소리가 크십니까? 이 펜션의 가격이 얼마라구요?(물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는다) 그 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이 펜션의 역사 아니겠습니까. 낡아감 속에서의 관리, 바닷가 10분 거리, 물소리도 나지 않는 펜션에 이런 가격을 기대할 수 있겠어요? (물소리가 크게 난다) 양심을 찾는 사이 물소리는 12시까지 계속되었다.
4.89와 5만원 사이에서 내가 찾으려고 했던 것을 생각했다. 내가 찾으려고 했던 만족, 흡족함, 쉼이 있었을까? 그냥 싼 가격에 높은 평점의 숙소를 찾는 것만 성공했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출발 전에 숙소를 잘 구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냄새와 물소리가 포함되거나 이렇게 제거되어 있을줄 몰랐고, 아니 몰랐다기보다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기도의 영역이었던 것은 뭐 천상의 숙소를 찾으려고 했던 건가? 그 가격에? 그런 기대가 어리석다는 말이지... 그리고 동네는 잔잔하게 거름 냄새가 계속 났다. 생각해보라. 거름 냄새가 나는 동네, 바다에서 10분 거리이지만 담배냄새가 나는 숙소. 청소 상태는 깨끗하지만 물소리가 매우 큼. 친절한 사장님. 하지만 피드백을 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을 생각했다. 나도 착하고 싶다. 친절한 사장님을 친절하게 두며. 이 펜션 자체를 문제 삼지 않으며. 가격 또한 반영되어 있는 것을 모르지 않고. 잠도 잘 자서 즐거운 여행을 스스로 만드는.
숙소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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