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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 기다리기

_봄밤 2025. 8. 12. 11:41

허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건 몸이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그때까지 기다린다. 머잖아 배가 고파지겠지. 기다리면 언젠간 배고파 진다. 그때까지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아무 기대도 없다.

 

<에밀리 인 파리>를 아무 생각없이 보고있다. 예전에 볼 때는 저게 말이 되나, 하면서 껐는데 이제는 말이 되는 여부를 생각하지 않는다. 단 한 번도 같은 옷을 입지 않고 생활하는 그들의 삶이, 청소나 식사 노동 없이 집이 운영되고,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친구가 되는 가까움이, 고통스러운 일은 별로 없고 심각해할 일도 없이 결국 잘 된다는 기조가. 누구도 큰 곤경에 빠지지 않고 평화롭게 잘 어울린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고통스럽거나 심각한 일은 별로 없다. 과하게 해석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윈드 서핑>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한강에서 탔다. 새로운 체험이었다. 바다에서 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서핑보다 훨씬 덜 힘들다. 서핑 보드에 마스터(돛대)와 셰일(돛)이 있어 셰일에 바람을 닫거나 열면서 풍량을 조절해 앞으로 나아간다. 바람에 맞서면 안되고, 언제나 바람을 등져야 한다.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았고, 물에 밀려갈 때 손을 쓸 수 없는 점이 어려웠다. 돛대가 있지만 기능하지 않는 것과 비슷했다. 결국 출발지로 돌아와서 다시 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물길에서 잘못 든 것일까? 방향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윈드 서핑을 할 때 오른손과 왼손이라는 단어는 없어진다. 대신 앞손과 뒷손이라는 말이 쓰이는데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물 위에서 오른손과 왼손의 구분이 무용한 것이다. 말 그대로 앞에 있는 손이 앞손, 뒤에 있는 손이 뒷손이다. 새로운 것을 할 때 새로운 말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 

 

서울에 있지만 한강까지 너무 멀어서 오가는 데 주말을 다 썼다. 그곳은 어쩐지 서울 같지 않았다. 삶의 형태나 습관도 도시 것이 아닌 듯 했다. 햇빛에 보기 좋게 탄 사람들을 봤다. 

 

 

8월의 초입이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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