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허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건 몸이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그때까지 기다린다. 머잖아 배가 고파지겠지. 기다리면 언젠간 배고파 진다. 그때까지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아무 기대도 없다.
<에밀리 인 파리>를 아무 생각없이 보고있다. 예전에 볼 때는 저게 말이 되나, 하면서 껐는데 이제는 말이 되는 여부를 생각하지 않는다. 단 한 번도 같은 옷을 입지 않고 생활하는 그들의 삶이, 청소나 식사 노동 없이 집이 운영되고,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친구가 되는 가까움이, 고통스러운 일은 별로 없고 심각해할 일도 없이 결국 잘 된다는 기조가. 누구도 큰 곤경에 빠지지 않고 평화롭게 잘 어울린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고통스럽거나 심각한 일은 별로 없다. 과하게 해석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윈드 서핑>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한강에서 탔다. 새로운 체험이었다. 바다에서 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서핑보다 훨씬 덜 힘들다. 서핑 보드에 마스터(돛대)와 셰일(돛)이 있어 셰일에 바람을 닫거나 열면서 풍량을 조절해 앞으로 나아간다. 바람에 맞서면 안되고, 언제나 바람을 등져야 한다.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았고, 물에 밀려갈 때 손을 쓸 수 없는 점이 어려웠다. 돛대가 있지만 기능하지 않는 것과 비슷했다. 결국 출발지로 돌아와서 다시 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물길에서 잘못 든 것일까? 방향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윈드 서핑을 할 때 오른손과 왼손이라는 단어는 없어진다. 대신 앞손과 뒷손이라는 말이 쓰이는데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물 위에서 오른손과 왼손의 구분이 무용한 것이다. 말 그대로 앞에 있는 손이 앞손, 뒤에 있는 손이 뒷손이다. 새로운 것을 할 때 새로운 말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
서울에 있지만 한강까지 너무 멀어서 오가는 데 주말을 다 썼다. 그곳은 어쩐지 서울 같지 않았다. 삶의 형태나 습관도 도시 것이 아닌 듯 했다. 햇빛에 보기 좋게 탄 사람들을 봤다.
8월의 초입이 이렇게 지나간다.
'이후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숙소 (1) | 2025.09.05 |
|---|---|
| 서 있는 방법 (4) | 2025.08.17 |
| 스피박, 인문학의 핵심 임무는 “인간 욕망의 배열을 바꾸는 일, 즉 ‘비강제적인 욕망의 재배치’” (1) | 2025.08.04 |
| 영화 <이사>를 보고 (4) | 2025.08.03 |
|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대화와 웃음 (1) | 2025.07.21 |
- Total
- Today
- Yesterday
- 상견니
- 이장욱
- 네모
- 지킬앤하이드
- 진은영
- 이준규
- 1월의 산책
- 일상
-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한강
- 희지의 세계
- 서해문집
- 현대문학
- 이병률
- 정읍
- 책리뷰
- 이문재
- 피터 판과 친구들
- 이영주
- 차가운 사탕들
- 열린책들
- 문태준
- 민구
- 뮤지컬
- 배구
- 후마니타스
- 대만
- 김소연
- 궁리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
| 4 | 5 | 6 | 7 | 8 | 9 | 10 |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