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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사>를 보고

_봄밤 2025. 8. 3. 12:54

영화 <이사>를 보았다. 리뷰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부모의 이혼을 앞두고 아버지가 이사한다. 어린이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혼란스러움과 폭발을 잘 보여준다. 어디서부터 꿈이고 환상인지 알 수 없이 7,8월 장마기간에 일본의 축제와 온 절기의 행사가 끊임없이 나온다. 삶을 통과하며 마주할 수 있는 모든 축제를 '여름' 사이에 통과한다.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 때 나이를 얼른 먹고 싶은 마음, 어른이 되고 싶은 심정을 아이가 울지도 않고 보여준다. 일본 문화를 잘 몰라도 쥐불놀이 만큼은 이 계절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보통 쥐불놀이는 겨울에 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불구덩이가 쏟아져 내린다. 모든 것을 다 삼키는 불꽃, 그러나 자신도 삼키는 불꽃은 자신을 포함해 모두를 태우고 없어진다. 잔불이 사방에 떨어져도 그렇게 사라질 뿐이다. 어떤 바다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상여로 추측되는 행렬이 바다에서 솟아날 때, 아이는 자신의 부모를 마음 속으로 불태워버리고 행복했던 기억을 상여를 태우고 바다에 보낸다. 가라앉는 기억을 향해 '축하합니다'라고 연신 외친다. 

 

어린이는 지치지 않고 계속 뛰어다닌다. 그런데 그렇게 뛰어다녀도 고작 하루나 이틀이 지났을 뿐이다(이것이 진정으로 안타깝다) 어린이는 집요하게 계속 파고든다. 부모의 사태와 그 불통으로 인해 타버린 자신의 마음을 복원하기 위해서. 어른의 사정이라고 어린이를 소외시키며 얼버무리고 무마하는 사건이 제대로 덮힐리 없다. 탈 수 있는 것은 것은 타버린다. 그게 어느 시골 학교 과학실 알콜램프에서 피어난 작은 불이라고 하더라도.

 

음을 솔직하게, 마주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왜 어렵고, 또 중요한지 보여준다.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소란스러운 생기로 가득한 초등학교의 교실이 인상적이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온갖 딴짓을 해대며 성장하는 여름. 한편으로 어린이라 하더라도 부모의 싸움, 부모의 불화에서 누가 잘 한 것인지의 판단은 아이가 어려도 제법 들었을텐데, 아이는 아빠를 집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 애쓴다. 상대적으로 아이의 돌봄에 취약한 엄마 편이 아니며, 집안을 지탱하는 부분에서 소홀했을 아빠가 돌아와 좋았던 날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건 아이가 힘내서 될 수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아이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른 둘의 사정으로 한 명을 잃게되는 상황에 처한 아이의 심정은 그야말로 부당하다. 그야말로 세계가 찢어지고 있는데 누군가에게는 맥주 한 잔과 온 생활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찾게 되는 복원이고, 누군가에게는 다소 쓸쓸하지만 홀가분함이라니. 

 

어쩌면 어른이 되기 위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뛰어다니는 시간이 아니라 잠을 자는 웅크리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아이는 참말로 잠을 안잔다) 정말이지 생동감 넘치는 어린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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