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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강아지의 인사

_봄밤 2025. 10. 10. 12:57

도무지 어렵고 생기를 잃은 가운데 산책을 했다. 말하고 싶지 않음. 웃고 싶지 않음. 웃기고 싶지 않음. 앉아서 무알콜 맥주를 마셨다. 무알콜이라는 것은 정말 좋다. 술 맛이 나는데 먹어도 취하지 않을 수 있다니. 밤바람이 차다. 아직은 기분이 좋은 바람이었다. 그때 큰 강아지가 코를 가까이 하며 인사했다. 밤 같은 코가 촉촉했고 곧 큰 눈이 보였고, 곧 흰색의 몸이 보였다. 꼬리를 흔들었다. 어떻게 갑자기 나타나서 인사를! 큰 강아지를 웃기고 싶어졌고 웃고 싶어졌다.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예뻐라, 이름이 뭐니? 큰 강아지는 대답하지 않는다. 의젓하게 코를 들이 밀었다. 어디서부터 걸어왔을까. 어디서부터 이 사람들을 봤을까? 어디서부터 이 사람들에게 아는 체를 해야지, 생각했을까? 천변을 보면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코를 대봐야지 생각했을까? 슬픈 냄새라도 났던 걸까. 그렇게 큰 강아지가 인사를 하고 갔다. 주인은 약간 당황해서 저 멀리에서 얼른 오라고 했다. 희고 누룽지 색을 한 강아지는 천천히 걸어갔다. 별안간 위로를 받아 기분이 좋아졌다. 무엇이 슬픈지 알 수 없을 때 더 자주 천변에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름 모르는 강아지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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