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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 생각으로 하루 종일 걸을 수도 있다.
그 애 생각만으로 온종일 일을 하고 그 생각만으로 수영을 하고 밥을 먹는다. 까뮈 생각으로 가득하고 따뜻하다. 까뮈는 태어난지 8개월령의 아이로, 흰 털은 점점 더 하얘지고 검은털은 점점 더 검어지는 아주 잘생긴 고양이이다. 우리집에는 아주 애기일 적에, 2개월이 채 못되었을 때 왔다. 먼지를 뭉쳐 놓은 것처럼 생겨서는 주먹 두 개 만한 크기로 뽈뽈 거리며 한 방에만 있었다. 지금은 4키로가 넘어, 제법 묵직해서는 온 집안을 뛰어다닌다. 까뮈는 숨바꼭질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좋아한다. 우리는 몸의 크기가 서로 달라 같은 공간에서도 서로 잘 못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사각을 알고 있다. 사각에 솜털 같은 얼굴보다 유리구슬 같은 눈이 먼저 보일 때, 우리는 서로 소리를 지르면서 다른 방향으로 도망간다. 찹쌀떡 같은 발로 방문 틈으로 보이는 발바닥을 건드릴 때, 꼼짝 없이 들켜서 큰 몸을 어떻게 숨겨야 할지 몰라 의자에 앉으면 다시 어디서 뛰어와 내 등을 두 손으로 툭 치고는 놀이를 시작한다. 우리는 서로 숨는다. 까뮈는 놀이의 시작과 끝을 정한다. 룰을 틀리면 틀렸다고 눈으로 말한다. '그거 아니잖아' 지금부터 놀자는 소리와 이제 화장실을 가겠다는 소리, 물을 먹었으니 간식을 달라는 소리는 확연하게 달라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사랑한다는 말을 이렇게 많이 한 적이 있었나. 꼭 알아듣고 되돌려준다. 사랑하는 까뮈. 어제는 내 배 위에 올라와 토끼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다가 고릉고릉 잠이 들었다. 몇 번이나 몸을 뒤집는 까뮈, 배를 보이는 까뮈, 두 손으로 불빛을 얼굴을 가리는 까뮈...
까뮈 생각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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