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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글

빠이의 삼각형

_봄밤 2018. 10. 11. 00:26


입술이 튼다. 간신히 몇 개를 뜯어내면 맺히는 작은 피. 그것도 동그랗고 겨울 거. 겨울 냄새가 붙어 떨어진다. 이 냄새 너무 좋지만 크게는 말  못 한다. 조금만 더 있으면 추위에 아무 말도 못 하게 될 테니까. 오늘 이미 무릎을 덮는 니트를 꺼냈다. 보일러는 며칠 전부터 돌아가기 시작했다. 발이 시리다. 질 수밖에 없지만 좋아할 수 있을 때는, 좋아하기로 한다.

이제는 잠에서 깨기만 해도 배가 고파 몸을 덥히느라 피부에 잔뜩 가 있는 나를 추슬러 씻고 걸어야 한다. 

그러나 기억은 아직 여름이고. 언제나 여름 같을 아홉 날의 치앙마이 일기로 여유가 오랜만에 만들어졌다. 열심히를 원하기 전에 왜를 생각하고 왜를 묻기 전에 나를 두고 싶다. 

빠이에는 아침, 먼 하늘에서 피어나는 구름과 밤, 소리 없이 치는 구름과 구름 사이의 번개. 무엇을 만들고 있을 것이 거의 분명한 풍경이 지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처음 보는 종류의 뿔과 어깨의 회색 소가 하루 종일 풀을 뜯고 그 소의 주인이 저만치의 거리에서 걸어오기 시작하는 저녁이 있다. 소의 주인이 무릎을 이렇게 올려 헤쳐 지나던 풀이 긴 초원. 그들과 마을 길을 사이에 둔 내가 만든 삼각형들을 생각한다. 마침내는 하나의 직선으로 길게 움직이던. 자꾸 멀어지던. 

내가 서 있던 그 자리에 다른 여행자가 그 삼각형을 만들고 빠이의 하늘을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때때로 사이를 비가 긋고- 

아, 그때는 비도 안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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