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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나 잎에 흰 가루가 있어 잘못 만지면 손에 두드러기가 난다. 어렸을때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하셨다. 아주 잘 자라고, 아직 대가 여릴 때 이미 무릎을 지난다. 장성하면 어른의 허벅지도 지나 키가 오른다. 대가 얼마나 튼튼하게 자라는지 거의 나무다. 기억이 맞다면 그것의 이름은 명아주다. 밭에서는 잡초로 구분되어 자주 뽑았고, 밭둘레에 이렇게 키 자란 명아주를 대 바듯하게 뉘어 놓았던 것이 기억난다.
얼마전 명아주를 보았다. 상아색 벽담과 보도블럭 사이에 뿌리를 내려 두 발자국 지나면 있는 차도와 가까이 있었다. 뿌리를 내렸다는 말은 너무 예전의 말로, 대충봐도 명아주는 이미 어른의 모습이었다. 일미터는 훌쩍 넘어 보였다. 도저히 자랄 수 없는 곳에 명아주가 서늘하고 어두운 초록과 단단한 대와 키로 자라고 있었다.
나는 며칠을 지나며 생각했다. 저기서는 살 수가 없는데. 흙이 없는데. 보도블럭 아래는 다 모래일텐데. 그 다음날도 생각했다. 너무 외로울텐데. 하루종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을텐데. 그런데도 저렇게 멀쩡히 자란다니. 명아주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절대로 웃자라거나 약해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상했다.
비가 왔다. 주말이 지나 비가 다 말라서 언제 왔는지 일기를 더듬어야 할 즘 나는 다시 그 길을 지났고, 그 자리에 있을 명아주를 찾았다. 그런데 명아주, 중간쯤이 꺾여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시퍼렇게 살아서 무서운 명아주를 작은 눈으로 슬쩍 보고 지나고 싶었는데 명아주는 죽어가고 있었다. 상아색 벽담과 수직을 다투던 그는 이제 그 담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단단한 대가 몇대의 차 지나가는 바람에도 흔들흔들거렸다. 나는 죽어가는 명아주를 보며 비로소 명아주가 살아있는 것 같다고. 이제는 다가가 만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명아주는 점점 작게 쪼그라들 것이다. 누렇게 변하고 해에 바래 마침내 저 상아색 벽담과 같은 색이 된다. 그러기 전에, 그러지는 않았지만 잘 뽑아서 흙이 평편한 곳에 길게 뉘어 놓을 수도 있다는 마음을 했다.
보도블럭은 단단했고 걷기 좋다. 주민센터의 쓰레기 분리수거함도 매일 잘 비워진다. 플라잉 요가를 설명하는 여자의 목소리는 거의 아는 사람 같다. 작은 전광판에서 여자들은 선이 아름답다. 노란 조끼를 입고 주변을 치우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옆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거리를, 간간히 대화를 이어갈만큼 떨어져 앉아 있다. 표고버섯을 소금물에 살짝 데쳐 두께로 썰은 다음 된장과 간장으로 간을 해 무친다. 무친다. 무친다는 말은 어디서 왔나. 기다린 것은 아니었다. 비로소 명아주가 죽어가자 누렇게 입과 잎이 마른 명아주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가까울 수 있었다.
나는 병든 얼굴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몇 시간쯤, 눈을 맞추며 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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