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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에서 김무열은 키와 눈빛, 목소리와 외투의 깃까지, 심지어 단정하게 자란 머리카락 마져도 모두 <소년심판>에서 판사역할을 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인간이 되기로 한 결심과 그 인간으로 자라난 결과를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판사로 자신의 평생을 살기로 한 것 같은 사람이, 사실은 이 작품에서만 그렇게 살기로 했다는 것이, 이것을 연기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재판장에 불려오는 소년들과 눈을 맞추며 어색한 친밀함을 도모하는 것조차도 마치 '그러한 인간'이어서 나 또한 겸연쩍은 웃음을 짓게 된다. 

 

김무열이 <소년심판>에서 가장 눈부신 순간중 하나는 자신의 유년, 아버지에 대한 폭력을 떠올리며 김혜수와 대립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것은 <소년심판>전체를 놓고 보아도 단연 빛난다. 김혜수는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다시 생각한다. 가정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몸이 자라도 그 시간에 갇혀 있다는 말을 하는 김무열. 누구나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겪었던 극중의 김무열이 말하는 것은 이렇게 다르다. 소리를 높이지 않되, 격정적이지 않되, 자신이 눈물 흘리지 않되, 이것을 온전히 표현한다. 아니 '한다'는 말은 옳지 않다. 표현이 '된다'. 그렇게 살기로 한 어떤 사람의 인생이, 그의 몸 속에 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이 인생을 가진 캐릭터가 하는 말과 몸짓에 감화되지 않는 사람을 아마도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귀신도 눈물 흘릴 연기가 아닌가. 그리고 나는 이것이야말로 <소년심판>이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소년들의, 범죄의 무더기에서도 끝내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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