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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R석 좌측

캐스트 박혜나, 강정우, 정원영, 이영미, 원종환, 이서환



한 사람의 평생, 이해할 수 없는 마츠코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군더더기 없이 잘 각색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대와 조명, 영상 디자인이 모두 멋졌고, 매우 작은 무대임에도 과감히 무대 중앙에 기울어진 집을 만들어 마츠코 결핍의 원형인 유년의 집에서부터, 아무리 사랑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20대, 30대, 쓸쓸한 노년으로 맞이한 집을 보여준다. 그밖에도 대사로 전할 수 없는 상황등을 무대 뒤편에 자막과 영상을 쏘아 무대를 효과적으로 바꾸었는데, 정신없는 스토리에 지치지 않고 되려 팽팽하게 이야기를 받쳐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대의 한계가 컸을텐데도 조명과 영상 디자인이 무리없이, 아니 더 빛나게 커버했다는 느낌. 


오늘 영화를 마저 봤는데, 영화보다 각색이 더 좋았다. 영화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정신없이 나온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끝까지 잡는 게 영화의 포인트이기 때문에 누구하나 마음을 잡거나, 눈물을 흘리게 놔두지 않는다. 특히 뮤지컬과 대비대는 지점은 쇼의 역할이다. 영화에서는 마츠코의 인생을 따라가게 되는 조카 쇼도 하릴없이 시시한 인생을 보내고 있는 이로 나온다. 꿈와 현실에서 좌절하는 좀더 구체적인 고민을 떠올릴 수 없는 이미지의 '청년' 쇼를 뮤지컬에서는 마츠코 집안의 역사에 역시 마음 한데를 다치고야 마는 어린시절을 기억하는 이로, 집안을 떠난 고모들의 방에서 홀로 지내며 깨닫게 된 정체성을 아버지로부터 억압당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영화의 주변부에 머물며 혐오스런 인생의 여로를 밟아가려는 이십대의 시시한 청춘이라는 상투적인 트랙에서 벗어나 그 역시 나레이션으로 끝나지 않는 중요한 인물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쇼의 넘버가 많은 점은 갈증이 났다. 생각보다 마츠코의 독주가 적었다는 인상.


메구미 역의 이영미는 영화의 메구미보다 더 활발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무대를 장악했다. 마츠코 역의 박혜나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으나, 위키드처럼 파워풀한 노래는 들을 수 없었다. 왜 그녀에게 이런 넘버를 주지 않은걸까. 그것은 원작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마츠코는 절규하거나 탓하거나 쓰러지지 않는다. 대신 다른 남자 배우들과의 듀엣을 마음 졸이며 들어야했다. 남자 배우들의 노래가 매우 불안정했기 때문에... 특히 류의 다크하고 어두운 컨셉은 이해하지만 발성도, 노래도 모두 불안했다. 배우를 잘 몰라서인지, 노래를 완전히 믿으며 들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원작을 보지 못하고 뮤지컬로 처음 만났다. 사전에 알고 있는 내용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비교하거나 아쉬워 하지 않고 뮤지컬 자체로만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도 만족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보다 더 개연성 있고 주 캐릭터에 집중하며 설득력있게 각색된 극과 연출. (여동생과 남동생의 감정선은 영화에 비해 단조롭다) 남배우가 더 받쳐주고, 무대를 더 크게 가져갔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 다루기 어려웠을 소재와 원작을 훌륭하게 올렸다고 생각한다. 넘버도 좋다. 두산아트센터 시설과 접근성은 굿. 건조하기 쉬운데, 가습시설이 있어 쾌적한 관람이 가능했다. 화장실이 크고 넓고 깨끗했고, 그리고 무조건 중앙에 앉을 것. 한 두 열 멀어지더라도 중앙이 좋겠다. 공연은 1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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