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참외를 샀다. 누가봐도 그다지 좋지 않은 참외였고 비쌌지만, 당분간 함께 참외를 먹어볼 날은 그 날 밖에 없었으므로 우리 사이에 참외를 놓기 위해서 샀다. 참외가 맛이 없어 보인다는 건 외관을 보고 추측해야 하는, 다소 실망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정말로 참외는 그다지 맛이 없었다. 하지만 참외 모양이었으므로, 참외를 먹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중에 참외를 우물거린 건 나뿐이었고 그마저도 남겼다. 우리에게 가장 좋았던 사이는 서로에게 다르겠지만 내겐 아주 옛날이었고, 그에게는 아직 오지 않았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 얼마나 비어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그러기 위해 얼마나, 서로를 모르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부대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가 생각했다..
꿈에 네가 나왔다 이수명 꿈에 네가 나왔다.네가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왜 누더기를 입고 있니누더기가 되어버렸어날씨가 나쁜 날에는 몸을 똑바로 세울 수 없는 날에는누더기 옷을 꺼내 입는다고 했다. 꿈에 네가 나왔다.꿈속을 네가 지나가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걸어가서너무 쓸쓸해서 땅에서 돌멩이를 주웠는데빛을 다 잃은 것이었다. 돌벽 앞에 네가 한동안 서 있었다.나는 돌벽이 무너질 것 같다고 피하라고 했는데너는 집을 나와서 천천히 산책 중이라고 했다. 꿈에 네가 나왔다. 아주 짧은 꿈이었다. 이수명, 『도시가스』, 2022, 문학과지성사. --나온 지 좀 된 시집을 올해 샀다. 집에 있는 건가 싶었는데 조금 살펴보는 동안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아마도 집에 있는 시집은 인 것 같다. 물류 창고는 어..
꿈에서 슬픈 일이 있었다. 어떤 연인이 같이 살기로 했는데, 그중 한 명이 나가서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둘이 기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나로서는 이런 전개가 이해되지 않았다. 왜 나갔을까? 행복했을까? 남아 있는 사람도 행복했을까? 어떻게 인생을 보내기로 했을까? 둘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떠나고 남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것 같았다. 나는 남아있는 사람만큼이나 황망해져서 이후를 궁금해했다. 이런 저런 꿈을 꾸다보니 아침이 되었다. 봄맞이 커튼을 바꿨다. 암막커튼을 떼고 흰색 커튼이다. 살랑살랑하다. 방에 걸려 있는 암막 커튼도 뗐다. 거의 1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방이 한결 환해졌다. 어두워서 그 동안 잘 잤다고 생각한다. 블라인드를 이렇게 저렇게 내려보았다. 재작년인가에 만들었던 2단 서랍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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