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중 하나였고, 버스 티켓을 손에 들고 흰색이 섞인 갈색 머리가 단정했다. 앞에 다른 버스가 밀려서 서울행 버스는 원래 정차하던 곳보다 좀 뒤에 서 있었는데, 그는 깡뚱한 짐을 들고 일찌감치 버스에 첫 번째로 줄을 만들었다. 여러모로 준비된 사람이었다. 가장 먼저 버스에 탔던 것이다. 나는 정류장에서 좀 더 기다릴까 하다가, 사람들이 그리 움직이기 시작해서 느리게 걸음을 옮겼다. 그가 버스에 올라 티켓을 스캔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검표가 되지 않았다. 티켓을 다시 확인하세요 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왔다. 버스 기사는 그저 이렇게 말했다. 티켓을 다시 확인하라잖아요. 확인해 보세요. 안내 메시지를 그대로 읊었다. 뒤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그는 버스 기사 옆으로 좀 ..
오랜만에 집에 갔다. 갈 곳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집에도 가고 싶었지만 고속버스를 타고 싶었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을 가는 버스는 즐거운 데가 있다. 너무 오래 타는 것은 아니고, 잠이 잘오고, 무엇보다 남에게 내 여정을 맡기고 마음껏 게을러도 된다는 게 좋다. 그 시간만은 달콤하게 자는 일이 얼마나 좋은지. 버스 안에서 풍경을 보는 일도 좋다. 충분히 잘 보이지만 가깝지 않은 풍경들. 보고는 있지만 내가 영향을 받거나 관여하지 않는 계절들. 머무르지 않고 비껴 나가는 순간을 좋아한다. 놓친 것은 버스 탓으로 돌리면 된다. 버스가 너무 빨라서 알 수 없었어. 하지만 알 수 없어서 좋은 게 있다. 아직 조금도 춥지 않아서 가을이 한가득이었다. 풍경을 보다가 졸다가 버스에서 내렸다. 오랫동안 이런..
10월도 어느덧 중순, 첫 주에는 허리가 아파서 일상에 많이 지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며 자기 전마다 허리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일하다가도 틈틈히 일어나 스트레칭 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새로 찾은 루틴이다. 운동이 적어져서 새로운 운동을 해야하는데, 한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수영을 주 3회 한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어서 주말에 수영장을 나가고 있다. 엊그제 수영은 정말 행복했다. 일요일 오전의 수영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이렇게 햇빛이 좋은 날은 더더욱 없다. 한 레인에 두 명이나 세 명쯤 돌 뿐이고, 그마저도 겹치지 않게 운동한다. 다들 체력이 부족한 것인지. 유유자적하는 수영을 하다 왔다. 스스로에게 풍족한 수영이었다. 글라이딩 하는..
- Total
- Today
- Yesterday
- 뮤지컬
- 현대문학
- 이영주
- 진은영
- 열린책들
- 후마니타스
- 김소연
- 이장욱
- 서해문집
- 이병률
- 차가운 사탕들
- 피터 판과 친구들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일상
- 책리뷰
- 배구
-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
- 네모
- 이준규
- 민구
- 대만
- 이문재
- 정읍
- 1월의 산책
- 한강
- 궁리
- 문태준
- 지킬앤하이드
- 희지의 세계
- 상견니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