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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더 붉어지는
배나무의 잎들.
어떤 피를 흘리는지 말해 주오.
여름은 아니야
여름은 일찍 길 떠났으니.
마을은 아니야
마을이 비록 길에서 취했어도
고꾸라진 것은 아니니.
내 마음도 아니지
내 마음은 아르니카꽃만큼
피를 흘리지는 않으니.
이번 달엔 아무도 죽지 않았거나
아무도 외국 노동 허가를 받을 만큼
행운이 있지도 않았다.
우리에겐 수프가 주어졌고
헛간에서 재워졌으며
11월에서 정상적인 정도 이상의
자살 생각은 더 없었다.
어둠 속을 보고 있는 당신이
어떤 피를 플리는지 말해 주오.
세계의 손들
이익으로 절단되고
유혈의 거리에서
피를 흘린다.
1985
존 버거, 『시각의 의미』, 동문선, 2005.
7장 <나지 않은 길> 을 시작하는 '시'.
책 뒷면의 소개글은 이렇다.
이 도발적이고 무한히 감동적인 에세이 모음집으로 우리 시대의 한 저명한 비평가는 시각의 세계가 제기하는 심오한 질문들에 반응한다. 왜냐하면 존 버거가 큐비즘에 관해 저술 할 때, 그는 브라크, 레제, 피카소와 그리스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세계가 놀라운 약속의 감각으로 수렴할 시점이었던 금세기 초의 그 믿을 수 없는 순간에 대해서도 저술한다 저술하기 때문이다.
그가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바라볼 때, 그는 화폭에 그려진 인물의 길게 늘여진 화선에 화선에서 표출된 인간의 무한한 사랑을 본다.
뒷면은 원서를 보고 싶게 했지만.
내일이 궁금하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그려질 내 표정이. 달라져 보일 많은 것들이. 호되게 놀랄 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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