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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파우스트 사건에 대한 진실을 말해야 할 때가 된 듯싶다. 모두들 염치 없게도 이에 대해 거짓말을 하였는데, 괴테는 누구보다도 더욱, 가장 천재적으로 그렇게 하였다. 사건을 위장하고 냉혹한 현실을 감추기 위해서 말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역시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희망을 앗아내는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파우스트의 진정한 비극은 자기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았다는 사실이 아닌 것이다. 진정한 비극, 그것은 당신을 위해 당신의 영혼을 사줄 악마가 없다는 사실이다. 구매자가 없는 것이다. 당신이 얼마만큼의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건, 아무도 당신이 마지막 공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러 오지 않는 것이다. 물론 잘난 체 뽐내며, 구매자라 자칭하는 한 떼거리의 협잡 상인들은 있긴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유리하게 그들과 협상할 수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들은 성공과 돈과 대중의 찬사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것은 고양이에게 주는 죽 같은 것일 뿐. 만일 당신이 미켈란젤로나 고야, 모차르트,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또는 말로라 불리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잡화상 거래를 하였다는 느낌과 더불어 죽을 수밖에 없다.
p. 134.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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