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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말, 당시 한국에서 영어의 몸으로 고생하고 있던 셋째 형이 "나에게 독서란 도락이 아닌 사명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일이 있다. 서재나 연구실에서 씌어진 말이 아니었다. 고문이 가해지고, 때로는 '징벌' 이라 부르던, 수개월 간이나 계속된 독서 금지처분을 당하던 상황에서 써 보낸 편지였다.
나는 곧바로 형의 이 말을 나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으로 받아들였다. 항변의 여지가 없었다.
한 순간 한 순간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엄숙한 자세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독서. 타협 없는 자기연찬으로서의 독서. 인류사에 공헌할 수 있는 정신적 투쟁으로서의 독서.
그 같은 절실함이 내게는 결여돼 있었다. 꼭 읽어야 할 책을 읽지 않은 채, 귀중한 인생의 시간을 시시각각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서경식, 『소년의 눈물』, 돌베개. p.146.
책을 읽으며 부끄러웠던 순간이 참 많지만, 책을 읽으며 '독서'가 부끄러웠던 순간은 이곳에서였다.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들을 때 마다 이 책을 이야기한다. 어렵지 않아서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이렇게 귀중한 말들이 곳곳에 있어 결코 가볍지 않다. 책 읽기에 대한 책은 참 많지만, 이 정도의 책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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