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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글을 잘 못썼는데 이유는 정말로 몸이 좋지 않아서였고, 또 써야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였다.
나는 무엇을 잘 쓰지는 못해도 늘 쓰는 사람이었는데 그러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서 출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조용히 밥을 먹는다. 조용히 아프고,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 이렇게 일년을 지내왔다. 일년은 긴 시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서, 할 사람이 없어도 무엇이라도 좀 적어봤으면 좋겠다. 내가 아프지 않고, 아프지 않은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무엇을 쓰게 됨으로 인해 나는 건강하고, 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아니라고 해도 내가 그걸 믿었으면 좋겠다. 진물이 마르고, 반점이 오르고, 진물이 마르고, 그래도 부서지지 않아서. 상아색 벽으로 까맣게 쏟아지던 낮 두시, 가을 나무의 그림자, 다시 예쁘다고 말 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전까지 나는 다시 아무것도 쓰지 않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고 조용히 잔다. 일어나 상한 귤 두 개를 버리고 다시 잔다. 시간을 다 한 귤이 오늘에 버려졌다. 잠에서도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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