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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
...
(앞을 응시하며) 전 안개 속에 있고 싶었어요. 정원을 반만 내려가도 이 집은 보이지 않죠. 여기에 집이 있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거죠. 이 동네 다른 집들도요. 지척을 구분할 수가 없었어요. 아무도 만나지 않았죠.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들렸어요. 그대로인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바로 제가 원하던 거였죠. 진실은 진실이 아니고 인생은 스스로에게서 숨을 수 있는, 그런 다른 세상에 저 홀로 있는 거요. 저 항구 너머, 해변을 따라 길이 이어지는 곳에서는 땅 위에 있는 느낌조차도 없어졌어요. 안개와 바다가 마치 하나인 것 같았죠. 그래서 바다 밑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오래전에 익사한 것처럼. 전 안개의 일부가 된 유령이고 안개는 바다의 유령인 것처럼. 유령 속의 유령이 되어 있으니 끝내주게 마음이 편안하더라고요. (아버지가 걱정스러우면서도 못마땅해하는 눈길을 보내는 걸 보고 조롱하듯 히죽거린다.) 미친놈 보듯이 그렇게 보지 마세요. 맞는 말이니까. 세상에 인생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인생은 고르곤* 셋을 하나로 합쳐놓은 것과 같아요. 얼굴을 보면 돌로 변해 버린다는 그 괴물들 말예요. 아니면 판**이거나. 판을 보면 죽게 되고- 영혼이 말예요-유령처럼 살아가게 되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들로 세 자매이며 머리카락이 뱀으로 이루어져 있는 등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다. 메두사가 그중 하나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숲과 목축의 신으로 염소의 뿔과 다리를 지녔다.
p160
유진 오닐, 『밤으로의 긴 여로』,민음사, 2002.
+처음 접기 시작한 것은 이곳부터였다.
메리 :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아요. 당신이 저 차를 사줬을 때 나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니까. 나한테 창피를 주려고 산 게 아니란 걸 알았거든요. 당신이 원래 그런 사람이란 것도 알았고. 그래서 고맙고 감동했어요. 차를 사는 게 당신한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 거죠. 더구나 저 차가 나한테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도 없었을 테니까.
p99
+
올해 1월에 샀다. 그동안 볼 용기가 없어서 책 표지를 살피고 다시 꽂아 놓곤 했다.
용기가 나서 읽었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겁 먹은 얼굴로 책을 바라본다. 흔들린다.
작성 : 201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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