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우리는 너로 인해 충분히 외롭다 엄마가 요즘 자주 우울해한다. 요즘 엄마는 자신과 나 사이에 네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 사이에 자신이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건 일종의 외로움인데 너로 인해 관심을 빼앗긴 것이 섭섭한 것이 아니라, 네가 들어서서 생기는 충만한 감정들을 받아들이면서도 시간이 흐를 수록 그 충일한 감정에서 생기는 두려움으로 인해 내게 생기는 동요 같은 것을 알아보는 외로움이 아닐까 싶다. 이 햇빛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를 내 몸에서 자꾸 밀어내려는 내 문학적인 허영을 엄마는 알아 본 거지. 아가야, 나는 사랑받는 느낌에 늘 두려움을 가지는 사람이란다. 그건 설명하기 곤란한 내 수치심이기도 하지만, 살아오는 동안 내가 가진 침묵의 많은 질을 차지하기도 했으며 아직도 풀지 못한..
패스포트-김경주 산문집 당신과 나는 무릎이 닮아 있었습니다. 당신과 나는 새끼손가락이 둘 다 아주 길었습니다. 당신은 내 방에서 책을 보다가 고양이처럼 잠들었고 나는 당신의 방 안에서 창문을 열고 몰래 담배를 피운 적이 있습니다. 당신과 나는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던 날 동시에 서로 좋아하는 숫자를 물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발에 꼭 맞는 분홍색 구두를 샀고 점원이 무릎을 꿇고 구두를 신겨주면 금세 얼굴이 빨개지곤 했습니다. 당신은 일요일 아침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운동복 차림으로 슈퍼에 들어가 우유를 사들고 오는 모습을 내게 보여주고 싶어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내게 '이 세상에 없는 영화관의 주소'같은 시를 써달라고 했고 당신은 시골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문으로 내 옆모습을 훔쳐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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