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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한 사람들

_봄밤 2017. 7. 23. 22:56


집에 다녀왔다. 아버지 생신이 다음주에 있어서 모처럼 셋이 모두 갔다. 아버지는 올해 환갑이다. 내려가기 전날 나는 방바닥에 누워서 환갑이 무엇인지 잠깐 생각해보았다. 내가 서른 살을 더 살아야 가능한 나이. 태어나서 지금의 나이까지 살아야 가능하다. 


아버지는 어떤 생각이 드실까? (막막했다. 생각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식들이 찾아오는 일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육십도 생각해 보았다. (막막했다. 생각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 


나는 시절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그 시절을 다행히 날 수 있었다. 친구가 없는 일은 자연한 것 같다. 때가 되어서 헤어지게 되는 것을 붙잡지 않았을 뿐이고, 붙잡히지 않았다. 나는 참 관계가 없는 사람. 내가 오래 가져갈만한 사람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친했던 사람들은 있지만 모두 한 시절 이야기다. 


끝이 보이는 관계들. 어떻게 부여잡고 오래가는 친구를 만들 수 있는걸까. 부러운 일이다. 


머리를 잘랐다. 아주 잘 어울린다. 


재작년 겨울부터 시작한 원인모를 홍반은 이제 거의 사그라들었다. 흉터라고 해야하나, 이제 참을 수 있을만큼의 흔적만 남았다. 가려움으로, 내리지 않는 열로, 한 시간도 제대로 앉아있을 수 없었던 날이 있었는데 이제는 괜찮다. 그때의 내가 보았더라면 눈물이 났을 것. 나는 그때 어떻게 살았었지. 진물로 뒤덮히면서, 나는 계속 나로 살았을 뿐인데 아팠다.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십 년 넘게 다녔던 병원을 끊었다. 새로운 병원을 찾아가지도 않았다. 몇 번 기웃거렸던 병원은 목 뒤로도 잡히는 홍반이 이제 등으로도 넘어갈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은 넘어가지 않았다. 이제 목 뒤에는 자국이 없다. 웃는 것도 잘 못했고 사람들을 오래 만나는 것도 못했다. 삼개월쯤, 회사를 쉬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냥 다니게 되었다.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주기적으로 오르는 열. 열. 열...매일 부셔졌지만 시간을 버텼다. 아픔에는 놀라지 않는 게 중요하다. 평소를 찾는 게 중요하다. 동생들은 티를 내지 않았다. 놀라고도 남을 얼굴을 보고도 예전과 같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이런 무던함이 고마웠다. 그건 너에게도 그렇다. 매일 희비하는 내게, 무던한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제 괜찮다. 내 어깨와 허벅지와 종아리, 목. 모두 차갑다. 여름에 맞는 온도를 갖게 되었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라는 책을 봤다. 재봉틀이 움직이고 있다. 백여개가 넘는 실을 가져와 단단하게 박는 듯한 문체. 노루발이 힘차게 오르락 거리며, 패달을 밟는 이가 없어도 드르륵 돌아가는 소리가 끝없이 들린다. 그것이 만들어 낸 건 찢기지 않는 않는 직물. '수'라고 할 수 없는 할퀴어진 풍경. 내가 알았던 심장소리를 기억하고 싶었지만 잘 생각나지 않았다. 내것도 잘 들리지가 않았다. 읽는 게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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