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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가 거의 없는데, 예전 번호를 모두 잃어버리고 다시 옮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번호가 아주 없어진건 아니다. 노트북에 다행이 남아있어 원한다면 언제든 옮길 수 있으나, 일 년쯤 번호는 그대로 노트북에만 있다. 

어느날 전화가 왔다. 누구의 번호라도 대부분 이름 뜨지 않기에 처음 보는 번호같았을 것이었다. 
몇 번의 답답한 여보세요가 오갔다. 짐작할 수 있을 목소리도 아니었다. 드디어 저쪽에서 말했다. 

_혹시 밤씨 핸드폰 아닌가요?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대답했다.

_맞습니다. 누구신가요? 
예상하듯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_잘못건 것 같습니다.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_저 밤이에요. 누구세요? 
한 번 더 말했으나,

_잘못건 것 같습니다.
통화는 오 초쯤 뒤에 끊어졌다. 


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있었고, 

또 내가 살아갈 사람을 읽고 있었다.


점심때는 팀장님과 밥을 먹었다.

그게 참 불편하고 좋았다.


젊고 병약한 시인과 배가 부른 여자를 보았다. 

빛이 좋았다.


그런것들이 한꺼번에 지나가는 통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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