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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_봄밤 2015. 4. 30. 23:16





일요일부터 아파서 오늘은 목요일, 아픔이 늙어간다. 이렇게 성을 내도 끝물에 우는 아픔임을. 알아챈다고 하면 서운하겠지만 이제 익숙해져, 통증에 익숙해져서 너무 많이 아파하지 않게 된다. 허벅지에 사선으로 멍이 길게 졌지만 그도 곧 사라질 기운이라 떠오른 것이다. 다만 며칠 절던 다리를 제대로 디딜 수 있게 된다. 조금 더 쉬고 산을 준비해야지. 산에 올라가고 싶다. 조용한 절 끄트머리에 앉아 있다가 오고 싶다. 약과와 사과와 김밥이면 좋겠지.


나는 그런걸 조금 고민한다. 내가 너의 후회를 불구하고 잠시 떠올라야 할까. 


그는 다친 개를 닮았다. 다 까진 상처를 제 눈으로 보는 일 없이. 다만 혀 내밀어 더위를 식히는 개. 먼지가 반쯤 덮힌 농자국. '픔'으로 끝나는 말을 내비치는 일 없는 검은 개를 말이다. 나는 그 개를 그냥 지나친 일이 있다. 손을 원하지 않았고 나 역시 눈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개가 내쪽에서 허벅다리만한 슬픔을 보았다면 그간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손을 원하지 않았던 것은 나였고, 그 개 역시 눈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럴듯한 오해로 우리는 그동안 서로를 봐주는 인사를 한 셈이었다. 아니다. 아니다, 개도 나도 아니다. 그 개를 생각하면 그런 개를 닮은 사람이 생각났을 뿐이다. 손이나 눈을 섞지 않고 돌아선 간단한 포즈가 햇빛에 오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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