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마른 흙을 쥐었다가 저 앞에 뿌리고. 다시 마른 흙을 쥔다. 햇빛이 따뜻한 하우스 앞. 손가락 사이에 걸리는 나뭇가지가 어석대고. 사는게 조금씩 재미가 없어질 때 나는 기영이를 생각한다. 모판을 잘 내리고 개키던 비쩍 마른 등을 보고 흙이 잘 안골라지면 밀대를 탓했다. 말없이 내게 자기 것을 내주던 기영이는...어디서 무얼하고 있나. 윤이 나는 갈색 상고머리.
연미는 널부러져서 말했다. 노력하지 않고 재미있던 때가 그리워. 맞장구 쳤다. 지금도 불안하고 막막하기만 한데 대체 무슨 재미로 늙을까. 그치. 그래서 그때는 지금보다 곁에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해 질거야. 곁에 있는 사람? 깊은 유대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 꼭 좋은 사람이 되어서, 좋은 기운을 주자고 약속했다.
네 바닥을 데울 따뜻함은 아니더라도 나는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네. 없는 힘을 짜서 행복을 바란다네. 행복을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네.
그날 나는 꼭 들어야 할 말이 있었다. 그날 친구는 정확하게 해주었는데. 그 말 하나로 잠을 잘 수 있었다. 불안과 걱정과 근심을 이기고 네가 있어서 잘 수 있었다. 나는 오늘 괜찮아졌다. 이 세상의 귀는 너무나도 많지만 나를 들어줄 귀는 많지 않고. 그날, 전부를 내게 맞추어 들어주는 네가 있었다. 오랜만의 연락에도 불구하고 바로 어제였던것처럼. 바로, 어제 본 것처럼.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TAG
- 이준규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1월의 산책
- 정읍
- 피터 판과 친구들
- 뮤지컬
- 이병률
- 이문재
- 민구
- 희지의 세계
- 한강
- 궁리
- 이영주
- 상견니
- 진은영
- 현대문학
- 대만
-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
- 문태준
- 네모
- 김소연
- 후마니타스
- 지킬앤하이드
- 이장욱
- 책리뷰
- 서해문집
- 차가운 사탕들
- 배구
- 일상
- 열린책들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