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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_봄밤 2014. 12. 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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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유리문을 열려고 어깨를 쓰던 참이었다. 그때 머리 위 한뼘 쯤 높은 곳에 건장한 손이 문을 밀었다. 어깨는 쉽게 밀렸다. 돌아보며 고맙다는 인사를 꾸벅하니, 이국의 노신사가 웃으며 손을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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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내려가는 바퀴 둘 달린 짐수레, 짐수레를 끄는지 이는지 자신의 발걸음이 끌려가는지 모르는 작은 할머니가 말 없이 계단 가장 자리에서 애를 쓰고 계시다. 한 손으로, 한손으로 충분히 한쪽을 들 수 있었기에 그 부분만 덜고자 했다. 쉽사리 무게를 넘겨주시지 않는 할머니, 추운 왼손은 점퍼에 찌른 채였다. 그때 제게 주세요. 하고 두 손을 내민 청년. 그것은 실은 무척 가벼웠다. 한 손을 내밀 생각을 할 만큼 그러나 두 손으로 그것을 모두 들어 저 밑까지 옮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여전히 무게를 넘기지 않는 할머니와의 무언의 알력에서 할머니 등과 어깨로 모여든 아주머니들의 응원이 합세한다. 손 놓으세요 저 학생이 옮겨준답니다. 할머니, 할머니 하고 연거푸 묻는 목소리가 가져가는 짐수레. 언제 떨어졌는지 모르는 오른손을 부끄러워 그마져도 점퍼에 찌르고 내려가는 예와 다르지 않는 계단들. 


짐수레를 일찍이 계단 밑에 옮겨 둔 청년은 할머니와 눈을 맞추고 저벅저벅 선로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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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날 정도로 잘 만들어진 뽀로로가 줄지어 있다. 화면에서는 얼굴이나 뒷통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 보여주는 것과 달리 등허리며 뒤꿈치까지 다 볼 수 있다. 만질 수 있다. 양말을 신는 뽀로로 보드를 타는 뽀로로 물을 마시는 뽀로로 식판을 들고 기다리는 뽀로로...키가 맞는 아이는 배를 물려는 뽀로로에게 입을 맞추며 포즈를 취한다. 아 해봐 하는 엄마의 말에 따라 배를 먹으려는 뽀로로의 배를 함께 먹으러 입을 벌리는 아이, 뽀로로는 너무나 윤이나는 마감으로 서 있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추는 자본. 그것을 따르는 아이의 걸음. 엄마는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거대한 몰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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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향기, 넘쳐나는 물건들 아름다운 색깔들, 그곳에서 누추한 이 없다. 1920-30년대 '거지'를 연기세우는 몰은 너무나 넓어 바깥을 다시 확인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어딜가나 친절하게 안내를 하는 사람들, 정돈된 물건들, 카펫에서 대리석으로 다시 인조 잔디로 바뀌는 바닥 양식.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조명이 화려하지는 않은가? 공주나 왕자가 어디 숨어있지 않고는 베기지 못할 공간에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엔 그림자가 잘 없으며 그것을 문화나, 나들이나, 보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실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가져가지 못하는 누추가 여기저기 얼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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