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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프로젝트가 두어 달, 아무리 길게 잡아도 1년 정도 걸릴 거라고 예상했다. 그저 한 종류의 작은 생물, 한 가지 따개비일 뿐이었다. 어려워 봐야 얼마나 어렵겠는가? 하지만 유리병 속 따개비들을 들여다보며 이런 생각을 저울질 하고 있을 때, 다윈은 자기가 어떤 상황 속으로 발을 들여다 놓고 있는지 아마 전혀 감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이 작은 바다생물이 그의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 먹는 바람에, 진화에 관한 이론(이미 10년 전에 처음으로 떠올렸던)은 그때부터 13년ㅇ나 더 출판되지 못하다가 1859년이 되어서야 <종의 기원>으로 출판됐다. 지금 다윈이 막 시작하려는 곁다리 프로젝트는 어마어마한 규모가 될 참이었고, 그는 앞으로 8년을 오직 이 따개비에게만 쏟아부으며 자신을 갈아 넣게 될 참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생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지적 동요에 시달리는 한편, 보상도 따를 터였다. 그가 그토록 열심히 회피하려 애썼던 진화론에 대한 핵심적 증거가 될, 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발견도 그 보상 중 하나였다. 

101p 

 

특히 그는 알고 보니 상당히 기괴한 따개비의 성생활에 전율을 느꼈다. 잠깐 미스터 아르트로발라누스뿐 아니라 사랑에 굶주린 모든 따개비가 처한 곤경을 생각해보자. 일단 따개비가 어디든 제 몸을 붙이고 껍데기를 만들고 나면, 이들은 영원히 그 바위 또는 다른 대상에 고착되고, 자기 움직임(움직임이란 게 있거나 하다면 말이지만)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이럴 때, 게다가 상대도 똑같이 뭔가에 고착된 따개비일 때, 짝을 찾아 구애하고 짝짓기를 하는 방법은 대체 어떤 걸까? 이동하여 짝짓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대부분이ㅡ 따개비 종들은 그 거기를 뛰어넘기 위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긴 페니스를 펼쳐 근처에 고착해 있는 따개비를 수정시킨다. 

106p

 

(옮겨 적으면서 점점 ??이 되는 부분)

 

다윈은 생물의 위대한 분류체계에서 미스터 아르트로발라누스의 제대로 된 자리를 찾아 주려면 따개비들 전체를, 그러니까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따개비, 화석이 된 따개비와 살아 있는 따개비를 모두 다 알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만각류라고 알려진 이 전체 분류군은 린나이우스의 계층에서는 목 단계에 해당했다. 그건 터무니없을 정도로 거대한 과업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분명해졌다. 다윈은 가여운 우체부들이 절대로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몇 년에 걸쳐 다운하우스에는 무려 1만 개에 달하는 따개비가 병에 담긴 표본이나 화석이 담긴 상자 같은 무거운 소포로 도착했으니 말이다. 

109p

 

 

그러니까 움벨트는 자연탐구가나 분류학자가 생물의 질서를 이해하는 일만 돕는 것이 아니다. 움벨트는 우리 모두에게 강력하며 탁월한 쓸모를 지닌, 절대적으로 필요한 안내자이며, 그것이 없다면 낯설고 부로학실해질 세계에서 우리가 현실에 굳건히 발붙이게 해주는 닿이다. 아이들은 이를 알고 있다. 심지어 아기들도 이를 잘 알아서, 기저귀를 차고 앉은 완전히 무력한 상태로도 생명 세계의 질서를 가능한 잘, 가능한 한 신속히 파악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도 모두 한 때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움벨트를 갖는다는 건 세계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안다는 것이고, 주변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분류학자들이 움벨트가 주는 비전에 그토록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것도, 우리가 우리 움벨트의 비전을 그토록 필사적으로 되찾고자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움벨트는 우리 인간이 그 누구도 언제부터라고 말할 수 없는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왔고, 누려왔고, 덕을 봐왔고, 의존해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243p

 

물고기의 죽음과 함께 움벨트에 맞선 과학의 싸움도 끝이 났다. 아직 툴툴거림과 싸움박질이 좀 남아 있긴 했었지만, 이런 건 그저 사소한 충돌에 지나지 않을 터였다. 인간의 움벨트에 대항한 전쟁은(현대 과학의 탄생이라는 쾌거와 죽어가는 세계의 발견이라는 비극의 와중에)이미 승리로 끝나 있었다. 

370p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정지인 옮김. 윌북

 

캐럴 계숙 윤은 한국계 미국인 과학자이자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이다. 

 

-이야기만큼이나 서술의 방법이 무척 흥미롭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접어 놓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다 옮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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