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깊이 김사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 의 처음과 끝 사 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 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면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 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적에 나는 꿈결인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 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북한산 김태정 살면서 때로는 너도부러 들키고픈 상처가 있었을까이 세상 어디쯤나를 세우기가 그리도 버거웠었네때로는 사는 일로 눈시울도 붉히고사는 것 내 맘 같지 않아 비틀거리다위태로운 마음으로 허방을 짚으면휘이청 저 산 위에 기울어진 불빛들빗장 속의 안부를 묻고 싶었네모두들 어디에 기대어 사는지너는 또 무엇으로 세상을 견디는지너에게 이르는 길은너를 넘어가는 것보다 더욱 숨이 찼었네상처도 삭으면 향기를 이루리라노을에 지친 어깨는 또 그렇게 일러주지만석간 하나 사들고 길모퉁이 돌아서면문득, 대궁밥만큼 비어 있는 산그림자 김태정,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창비, 2004. 김태정 김사인 1.울 밑의 봄동이나 겨울 갓들에게도 이제 그만 자라라고 전해주세요기둥이며 서까래들도 그렇게 너무 뻣뻣하게 서 있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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