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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등은 위태로웠고2

_봄밤 2015. 10. 4. 22:34



나는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문을 열자 중앙에 복도가 길었고 양쪽으로 다시 빌라처럼 호수가 쓰인 세대로 나뉘어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복도를 걸었다. 복도는 좁았고, 그녀는 말 없이 이층으로 가는 계단을 밟았다. 말을 한단들 불안하기만 하고 나는 알아듣지 못하니 말이다. 좀전만 하더라도 여기서는 설명하기 어려우니 높은데 올라가 알려주겠다. 는 식으로 이해하고 들어왔지만, 그 타당한 이유에도 계단을 밟는게 좀 꺼림직했다. 문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걷는 동안 어떤 문이 열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층 계단을 올라가면서 별생각을 다 했는데, 그 별생각을 여기에 적지는 않겠다. 그때 나는 나는 십오분이 걸리는 큰 길, 캄캄하고 큰 길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곳을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편이 덜 무서울 것 같기도 했다. 분명히 그 밤에, 무엇이 나올지도 모르는 길을 혼자갈 순 없었음에도 이 빌라의 계단을 올라가는 심사는 더욱 막막했던 것이다. 삼층 계단을 올라갈 때에는 후회를 넘어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내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망치는 시뮬레이션도 해보았다. 여자는 우선 놀랄 것이고, 나는 돌아왔던 길로 뛰어내려갈 것이고, 그 다음은? 어느새 사층을 올라가는 계단앞이었다. 나는 반쯤은 그녀를 믿고 있었다. 반이나 그녀를 믿지 않았다는 말도 된다.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알려줄것이라는 믿음이 반 쯤은 있었다. 왜 믿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는 계단을 사층이나 올라갔을 뿐 아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었다. 전에 올라오던 것의 반쯤만 올라가, 그녀는 열쇠를 꺼냈다. 다만 열쇠를 꺼내는 행동에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이윽고 그녀는 문을 활짝 열고, 내게 길을 비켜주었다.


놀랍게도, 문을 열고 나온 곳은 정류장 맞은 편이었다. 큰 길이었고, 그 문은 편의점과 연결 되었다. 내가 찾던 그 정류장이었다. 눈물이 다 나올- 뻔하는 걸 참고 여자에게 고맙다고 몇 번을 인사했다. 여자는 손을 흔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의 인사 끝에 내가 나왔던 문이 닫혔다. 그러니까 그 주점의 옥상문이자, 편의점 옆의 문이 닫힌 것이다. 여자가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던 이유를 알았다. 그 여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몇 시간을 헤매도 이곳으로 나오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더했다. 도망쳤더라면? 역시 최악이었을테지. 이길로 오분이면 숙소가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오분도 만만치 않았다. 생전에 본 적 없는 어둠이었다.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그것도 초행길을 걸으려니 무섭기가 말도 못했다. 가로등은 물론, 일반 가정집 불도 거의 다 꺼졌다. 오분을 걸어 내려가는 동안 나는 한 분의 아주머니와 한 분의 택시기사님께 도움을 받았다. 그것도 아주머니가 중간에 택시를 잡아 알려 주신 것. 택시 기사님은 타라고 했지만 한국에서도 택시를 안타는 나로서 천부당 만부당한 이야기였다. 저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맞다는 것만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다시 걸었다. 지독하게 긴 오분이었다. 진이 빠져 숙소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겨우 여덟시 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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