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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
소설에는 서로 엮일 것 같지 않는 여러 명이 생각보다 서로의 인생에 깊게 엮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조건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면서 도움을 주는 사이가 된다. 이러려면 일단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그에게 신뢰를 얻어야 하고 나도 상대방을 신뢰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을 수 있도록 열린 사람이어야 한다. 단 그들 모두 기댈만한 가족이 없거나, 가족을 벗어나 완전히 독립한 사람들이어야 한다. 대개는 첫 번째의 도움이나 요청이 가족에게 가니까. 소설에는 아프고, 가난하고, 실패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이들이 나오지만(그래도 일단 서울에 살고 있긴 하다) 악조건 속에서도 연대할 수 있을만한 사람들을 큰 힘들이지 않고 찾아낸다. 가족을 제외하고. 선분 잇기를 하듯 이어질 수 있는 사람들이 되려면 역설적으로 가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안타깝게도 주인공과 무무씨의 가족됨, 가족이 되는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을 방해한 것은 가족이다. 무무씨의 원가족, 무무씨의 1번일 수 밖에 없던 아들이 그 둘 사이에 늘 있었고. 무무씨가 아들을 늘 첫째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 둘은 적극적으로 더 가까워지거나 가족이될 수는 없었다. 누군가에게 가족이 되면, 누군가에게는 타인이 되어야 한다. 느슨한 연대는 좋지만 한 때의 도움이고 인생 어느 순간의 마주침 그 이상을 만족할 수는 없다. 가족을 못 견뎠을(가족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조금 더 나은 가족을 만드려는 분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생활동반자법이 있더라면 소설 속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했을지. 가족은 아니지만 남이라고 할 수는 없는 중간 단계. 그러나 생활동반자법이 있다면 주인공과 무무씨는 흔쾌히 응했으려나.
주인공과 무무 씨, 그리고 인권 센터가 있는 동네가 어디 쯤일지 선명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서울의 변두리를 그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고. 무인빨래방 돌아가는 소리가 해변 소리 같다- 라는 말은 문학적인 상상력이고 둘의 낭만이고 둘만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을 말한 것이겠지만, 그리고 여기에서 나눈 대화가 너무 웃겨서 잊을 수 없는 것이었겠지만 좀 짜쳤다. 인천까지 지하철도 뚫려 있는데 다녀오라고... 서울 살잖아... 망원 한강공원이라도 다녀와 금방이잖아... 서울 좋은 게 뭡니까 익명성! 홍제천이나 불광천이라도 다녀와 물소리는 잘 들리고 오리도 있고 낭만있어... 내가 깊게 이입하지 못한 까닭일까... 무인빨래방 앞에서 파도를 상상하는 중년의 사랑...! 그럴 수 있다. 근데 잠깐만 나오는 게 아니라 무슨 표지 전체, 제목 전체를 뒤덮고 있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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