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두 권. 최근 샀는데 둘 다 별로다. 평론도 짓기라. 시에 깃대어 자신의 쓰기-창조의 욕망을 채우는거다.할 말이 없는 시집에서, 말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를. 그러므로 나는 그녀를 기다린다. 한숨을 거둬가 주세요. 오늘 뒷부분을 마저 들었다.주인공 고양이 떡을 먹는 장면에서몇 번을 웃었네. 시집을 열 권씩, 스무 권씩, 멋모르고 담을 때. 서점에서 봤다. 잡지는 철이 지나면 많이 싸지는구나. 조금 더 기다려야지. 눈여겨 보고 있는 출판사. 함께읽는책. 철학그리다 시리즈. 함께읽는 책_볼 때마다 소장하고 싶다. 사고 싶은 책이 없는 줄 알았는데 역시 괜한 걱정이었다.
어린 당나귀 곁에서
사랑에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다고 우리는 말했다. 이 사랑의 침묵의 충만함은 죽음의 침묵에까지 건너간다. 사랑과 죽음은 서로 하나를 이루고 있다. 사랑 속에 있는 모든 생각과 행위는 침묵에 의해서 이미 죽음으로까지 뻗어 있다. 그러나 사랑의 기적은 죽음이 있을 수 있는 그곳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랑에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다. 그리고 "사랑은 말할 때보다 침묵할 때 비할 데 없이 더 쉽다. 말을 찾는 것은 마음의 감동을 크게 해친다. 보다 덜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잃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랑의 가치를 알고 있다면 그 손실은 큰 것이다."(브레몽의 「신비주의와 시」 중에서 인용된 아몽의 말) 침묵할 때에 사랑하기가 훨씬 더 쉽다. 침묵하면서 사랑하기가 더 쉬운 것은 침묵 속에..
아무일 없이. 그러니까 단호한 결심같은 것도 없이 새해를, 그리고 한 살을 맞았다. 늘 가던 옥상에서의 밤도 없이 올라왔다. 눈에 들어차는 주황에 가까운 불빛이거나, 동 번호가 잘 보이는 멀리 길거너의 아파트라든가, 하루 이틀 사이 보름을 맞게 될 달같은 것을 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나는 그런 밤을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싶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아주 가까웠다. 쿵쾅쿵쾅 몇 번하면 금새 옥상이었고, 옥상의 바닥은 울퉁불퉁했다. 옥상으로 가자면 옥탑을 통과해야 했는데 언젠가는 세를 주었던 그곳은 창고로 눅진해가고 있었다. 옥탑의 문을 열면 사방이 트인 풍경이 있다. 멀리 황토색으로 깍인 산이, 그곳에 들어차고 있는 회색의 아파트가 스산한 바람을 불러오는 곳이었다. 볕이 따뜻하고 바람이 잘..
살아 있는 동안 에밀리 양은 하나의 전통이자 의무이며 관심의 대상이었다. 즉 마을에 세습되는 일종의 책임이었다. 흑인 여성은 앞치마를 두르지 않고는 거리를 다닐 수 없다는 법령을 시행한 바 있던 시장 사토리스 대령이 1984년 그녀의 부친이 사망한 날, 지금부터 그녀의 세금을 영구적으로 면제하겠다고 하면서부터. 에밀리 양이 그런 혜택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까 봐, 사토리스 대령은 그녀의 부친이 시 정부에 돈을 빌려 주었기에 시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상환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냈었다. 딱 대령 세대의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만이 지어낼 수 있고, 딱 한 여자만 믿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p. 8. 그녀의 얼굴은 고인 물속에 오랫동안 잠겨 있었던 시체처럼 퉁퉁 불어 있었고, 파리한 안색 역시 시체를..
엔진 이근화살아남기 위해우리는 피를 흘리고귀여워지려고 해최대한 귀엽고무능력해지려고 해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지 않고달려보려고 해연통처럼 굴뚝처럼늘어나는 감정을 위해 살아남기 위해최대한 울어보려고 해우리는 젖은 얼굴을 찰싹 때리며강해지려고 해 이근화, 『우리들의 진화』, 문학과지성사. '살아남다'를 부를 수 있는 형용사는 어떤 순간에도 하나뿐이다. 이 시는 그것을 찾았다. '최대한'이라는 말. 그러나 언어의 끝을 알지 못하면서 그와 호응할 수 있는 말이 단 하나밖에 없다는 확신이 어떻게 가능할까. 당신의 하루를 살피면 알게된다. '최대한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고 월요일 새벽같은 기상과 구둣발 빗발치는 환승역에서의 기다림, 식재료의 날짜를 살피고 가장 싱싱한 고등어와 무를 고르는 마음이 왜 필요한지. 살아남..
며칠 전 책을 받았다.면지에 내 이름이 크게 쓰여져 있었다. 이름 앞에는 '하나뿐인'이라는 글자가 있다. 나는 '하나'라는 말은 물론 '뿐이다'라는 말도 알지만 '하나뿐이다'라는 말은 처음 본 것 같았다. 눈이 커졌다. 다시 펴 봐도 그대로인 '하나뿐인 봄밤'에게. 웃음 사이로 미간이 찡그려졌다. 누구도 이 말을 뺏아갈 수 없다. 어디에서 잃어버릴 수도 없다.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말을 받았다. 이럴때면 영원히. 살고 싶어진다. _어떻게 지내냐는 문자가 왔다. 물으나마나 한 그런 말들에게, 잘 지낸다고 대답했다. 똑같은 말을 묻는다. 잘 지내느냐고, 역시 같은 말이 돌아온다. 그리고 잠시 후. 일을 하냐고 묻길래, 이상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 이상한 회..
달을 보는 사람들이 달의 분화구에 마음 두지 않는 것을 본받아 카드를 샀다. 아름다운 말밖에 알지 못하는 것처럼 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축복을, 폭격을 맞은 듯한 흔적은 모른척 가며 건네려고. 그런 폐허가 언제 생겼는지 왜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은 채. 그치만 그곳은 너무 춥지 않은가요. 눕기에 너무 낮은 곳은 아닌가요. 그런 말을 속으로 숨기면서 걸었다. 숨겨지지 않는 걸음이 천둥처럼 울릴 지하도로 바닥에 이른 잠에 든 사람 옆을. 뱀처럼 한 줄로 길게 늘어져 있는 검은 파카들. 아침이 긴 나라에 가고 싶다. 나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도 않다. 아주 소수의 사람, 아주 소수의 얼굴을 만지며 살고 싶다. 아니 그 소수는 때로 한 사람에 못 미친다는 걸 알고 있다. 하..
굴드는 악기의 고독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싶어했다. 헐벗은 연주. 악기가 미혹시킨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장식적인 기능을 삭제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바흐의 장식음들을 그는 마치 장식음이 아닌, 악절의 다른 음들과 똑같은 멜로디와 화음의 가치를 지닌 음들처럼 연주한다. 이들의 필연성과 절박함을 발견하기 위해서인양, 분해되어 나온 뚜렷한 음들로 천천히 연주한다. 그러므로 페달이 사용되지 않는다. 페달은 옷을 입히고 가리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의 몸이 심연 속으로 빠져 들어가기를 원했다. 우리의 몸이 인위적인 장식들을 박탈당한 채 벌거숭이가 되어, 살더미의 치욕 속에 버려져 죽음으로 가듯이. 미셸 슈나이더, 이창실, 『글렌 굴드-피아노 솔로』, 2002, p. 102, 왜 굴드를 샀는가. 아_오 동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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